과자 받아 먹는 부산 갈매기 야성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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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붉은부리갈매기.재갈매기 등 수천 마리의 갈매기 떼가 터를 잡고 지낸다. 그런데 이 갈매기들이 점점 야성(野性)을 잃어가고 있다.

공원 비둘기처럼 사람 주변을 맴돌거나 모래밭에 앉아 있다가 새우깡을 던져주면 "끽끽…"소리를 질러대며 무리로 달려든다. 힘들게 물고기를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백사장에 있으면 사람들이 각종 먹이를 충분하게 건네주기 때문이다. 쫓아봐도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최근엔 갈매기 먹이용으로 튀김과자류만을 판매하는 노점이 20여곳이나 생겨났다.

한 노점상은 "하루에 1백봉지는 충분히 팔린다"며 "가족이나 연인들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갈매기를 모으는 행사까지 계획하고 있다. 신성우 문화관광과장은 "생선 내장으로 갈매기를 수백.수천마리씩 모으는 이벤트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성대 우용태 조류관장은 "먹을 것이 충분하다는 기대감에 갈매기가 계속 늘고 있다"며 "야생동물에 먹이를 주는 것은 야생 습성을 빼앗는 행위"라고 걱정했다.

그는 "폭설 등으로 동물들이 위기에 놓였을 때에만 먹이를 줘야 한다"며 "미국의 옐로스톤 공원 등 선진국 공원에서는 동물에 먹이를 함부로 주면 벌금을 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해운대에는 붉은부리갈매기.괭이갈매기.재갈매기 등이 살고 있으며 80% 가량은 붉은부리갈매기다. 괭이갈매기만 부산 지역에서 사는 텃새며 나머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곳에서 살다가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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