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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골프공으로 우승하는 첫 선수 되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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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19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색깔’로 뜨는 여자 골퍼가 있다. 색깔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든 원조는 폴라 크리머(27·미국)다. 세계랭킹 13위 크리머는 대회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분홍색 컬러볼’을 사용해 ‘핑크 공주’로 불린다.
한국 선수 중에서 최운정(23·볼빅·사진)은 ‘오렌지 걸’로 통한다. 지난해 6월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오렌지 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매 라운드 국산 골프공인 볼빅의 오렌지색 볼을 사용한다. 훤칠한 키(1m70㎝)에서 나오는 호쾌하면서도 정교한 아이언 샷이 일품이다.

LPGA의 ‘오렌지 걸’ 최운정

아직 우승은 없지만 ‘2013 시즌 LPGA 투어 전망’에서 생애 첫 승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일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시즌 개막전 볼빅-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도 매서운 샷을 뽐냈다. 우승자 카리 웹(39·호주)에 2타 뒤진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프로 데뷔 5년 만에 내 색깔을 확고하게 갖게 돼 기분이 좋다. 갤러리들이 ‘오렌지 걸’이라고 불러줄 때 우쭐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골프에서 8할의 연습보다 더 값진 2할은 무엇일까. 그 1할은 아버지(최지연·54)의 헌신이다. 그는 서울세화여고 2학년이던 2007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유학 자금은 아버지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받은 퇴직금이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운정의 목표는 그 이듬해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에 도전해 ‘투어 카드’를 얻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2008년 12월 Q스쿨 최종전에 진출했다. 상위 20위에 들면 꿈에 그리던 LPGA 정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동 21위에 그쳐 조건부 시드에 만족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행운이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LPGA 사무국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어디냐. 공동 21위 선수 4명 중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러 2명에게 추가 시드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Q스쿨 20위 이내 통과 선수 중에서 시즌 상금 랭킹으로 시드를 확보한 2명의 선수가 확인되면서 결원이 생겼던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대회장까지는 이미 1시간30분 이상 떨어져 있었다.

최운정은 “언니(최혜정·28)가 운전을 했는데 왔던 거리를 30분 만에 되돌아갔다. ‘타이어가 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3홀 플레이 오프에서 ‘버디-버디-파’로 2언더파를 쳐 1순위로 추가 합격했다. 그는 또 “컬러볼 볼빅을 만나 ‘오렌지 걸’로 내 골프의 이미지가 바뀐 것도 또 하나의 행운”이라고 했다. 올해 그의 목표는 국산 골프공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첫 선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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