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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외국인과 한국 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가 한국에 와서 살게된 동기와 이유는 오직 내가 한국인과 결혼하였고 한국의 관습에 따라 여자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한국식가정에서 한국적인 사고관습에 익숙해진 것이며 심지어는 외국인들 사이든가 또는 내 동포인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나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게까지 된 것이다. 이러한 처지에 한국말은 내게 가장 필수적인 언어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말을 배운다는 것은 내게 또 하나의 세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 「뮌헨」에서 한국학자인 「에칼트」교수에 사사하였고 서울서도 여러 개인교수의 지도를 받아온 것은 나 자신의 생활방편을 위하여 극히 필요 타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국말을 한다는 사실이 한국인에게는 대단히 신기한 모양이다.
서울에서 몇 년 살고 보니 대부분의 외국인이 한국말을 안하고 지내는 것을 보고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구라파에서 내가 만났던 한국인들은 거의가 다 자기들이 내왕하는 나라의 언어들을 유창히 하며 이를 원주민들이 신기하게 생각하지를 않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흔히 외국인들이 잘 살수 있는 자기들 나라를 버리고 불편한 한국사회에서 살게된 것에 대하여 동정하거나 그 동기를 미화하기가 일쑤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순수한 인간애에 의하여 내한한 외국인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그들은 거의가 모두 자기들의 생활상의 필요 등에 의하여 내한한 것이고 따라서 그들이 한국말을 배우거나 배워야 한다는 점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즉 그들은 한국인을 위하여 한국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하여 하는 것이므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 감사해야 할 일이 못되는 것이다. 오히려 외국인이면 한국말을 배워야 한국에 대한 예의가 되며 한국말을 배울 것을 기피하는 외국인을 꾸짖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끔 상점이든가 한국인들 틈에서 내가 한국말을 쓰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나머지 나를 동물원의 구경거리처럼 경이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공연히 한국말을 아는 척 했다고 후회하는 것이다.
바라건대 나도 외국 특히 구라파에 가있는 한국인이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한국말을 남의 눈 여김 없이 평범한 감정으로 얘기할 수 있는 때가 조속히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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