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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 '올인'한 웅진, 그룹 전체 해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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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몇 년 전부터 신사업을 찾아나섰다. 그런데 혁신의 방향이 엇비슷했다. 대다수 기업의 신사업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녹색기술·첨단융합산업·고부가서비스산업 등 3개 분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태양광이 대표적이다. 한때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로 꼽혔지만 지금은 되레 여러 회사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태양광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값이 공급과잉으로 급락한 탓이다. 2008년 ㎏당 200달러를 웃돌았지만 올 초엔 15달러 수준까지 폭락했다.

 전 세계 태양광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은 여전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1위 태양광 업체인 OCI의 이우현 부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30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정수기 사업으로 일어선 웅진그룹은 지난해 알짜 계열사(옛 웅진코웨이)까지 팔아가면서 태양광에 ‘올인’했지만 그룹 전체가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한화그룹은 여전히 태양광을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치킨 게임(출혈경쟁)’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가 세계 1위로 올라섰듯 한화 측은 경쟁사의 ‘녹아웃’을 기회라 판단한다. 2010년 태양광 업체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3억8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독일 태양광 업체 큐셀도 사들였다. 그러나 이들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진 빚이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엔 재무 부담이 되고 있다. 박영훈 LIG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의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태양광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붐을 기대한 전기차용 2차전지도 수요 예측 실패로 고전하고 있다. LG그룹은 이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봤다. LG화학은 2011년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세웠고, 지난해에는 미국 미시간주에 3억 달러를 들여 2차전지 제조 공장을 준공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소비자들이 값비싼 전기차를 외면하면서 미국 공장은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조석제 LG화학 사장은 지난달 말 IR에서 “올해 자동차용 2차전지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쪽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에너지 및 자원개발, 신소재 사업을 발판 삼아 철강회사에서 종합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지난 3년간 대우인터내셔널을 포함해 플랜트·신소재 관련 회사를 사들였다. 2009년 초 36개였던 계열사 수는 한때 70여 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계열사 대부분은 이익을 내지 못해 통폐합이 진행 중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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