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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지도자 암살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 최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 튀니지가 야당 지도자 암살 사건으로 극도의 정정 불안에 빠져들었다.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하마디 제발리 총리는 거국 중립 내각 구성과 조기 총선 실시를 약속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몬세프 마르주키 대통령은 서둘러 귀국했다. 2011년 1월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시민혁명이 일어난 이후 최대의 정치 혼란이다.

 세속주의 온건 좌파 성향인 민주애국자당의 초크리 벨라이드(47) 당수는 6일 오전(현지시간) 집에서 나와 승용차에 타기 직전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두 명의 젊은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총을 쏜 뒤 달아났다고 말했다.

 벨라이드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수도 튀니스의 내무부 청사 앞에 수천 명이 모였다. 시위대는 제발리 총리가 속한 엔나흐다당이 암살을 계획했거나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벨라이드는 엔나흐다당이 급진 이슬람 세력을 비호하며 튀니지를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튀니지에서는 시민혁명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온건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엔나흐다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 정부를 이끌어 왔다. 혁명을 주도한 청년들과 노조는 정치 권력에서 배제됐다.

이후 ‘살라피스트’라 불리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를 주장하는 과격 세력이 술집과 호텔 등을 공격했다. 벨라이드는 엔나흐다당이 살라피스트의 테러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속주의 정치 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했다. 튀니지에서는 혁명 이후 실업률이 치솟아 청년과 빈민들의 시위가 계속돼 왔다.

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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