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뛰는 주가에 함께 뛸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거나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돈 많은 소비자들부터 지갑을 푸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경기회복과 관련된 지표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를 앞서가는 주가의 선행성을 드러내며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시장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석달여 만에 10,000선을 다시 넘어섰으며, 나스닥지수는 넉달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이같은 추세는 생산.소비 등 경기지표들의 회복조짐에 바탕을 두고 있어 미국을 지켜보는 세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훨씬 활발하다. 이번주 들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6일에는 한때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10월 초의 저점과 비교하면 두달새 상승폭이 40%를 웃도는 가파른 오름세다.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외국인들의 투자확대와 맞물려 활황장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증시 주변에 팽배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계해야 할 요소들은 널려 있다. 무엇보다 수출.투자 등 한국 경제의 질적(質的) 성장과 직결된 지표들의 움직임이 아직 주가와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은 11월에 감소세가 다소 둔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16%나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증시가 오름세를 타면서도 주가의 널뛰기 폭이 점점 커지는 불안정성을 낳고 있다. 투자자들은 물론 정부도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이런 점에 있을 것이다.

국내외에서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올 들어 줄곧 증시침체에 시달리다 못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증권저축상품까지 도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증시 활황은 우리 경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모처럼의 증시 활황이 단순한 '기대'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투자회복과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지난 5일 진념(陳稔)경제부총리와 민간경제연구소장들의 간담회에서 제시된 견해에 주목한다. 이날 연구소장들은 경제운용 방향과 관련,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경기가 조금 회복기미를 보인다는 이유로 또는 바짝 다가선 내년 양대선거를 의식해 정책을 이리저리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재정이 경기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저금리와 기업규제 완화,부실기업.부실 금융기관 처리 등의 정책기조를 밀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결의가 시장을 뒷받침해야 할 시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