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성립 열세 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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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일 7월27일은 한국의 의지와 희망아 예외 소외된 채로 휴전이 성립 된지 열세 돌이 되는 날이다.
1953년 7월27일, 우리가 서명도 하지 않은 휴전협정이 조인된 이후, 한국에서는 국민의사에 배치되는 부자연한 분단의 역사가 시작 된지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총화의 교차는 멎었다 하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상태에서 한국은 역사상 가장 허망 된 시간을 낭비하여 왔다. 하년 흐르는 시간 속에서 통일에의 실마리는 더욱더 어렵게만 얽혀져 나갔다. 한마디로 휴전이 우리게 준 것은 갈수록 절망적인 분단의 상황이라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의지가 소외됐던, 다시 말하면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소위 북괴인민군총사령관과 중공의용군총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여 체결됐던 휴전협정은, 그 자체가 이미 비극적인 씨를 안고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이 대통령과 온 국민은 이 부자연한 휴전이 마침내는 한국의 분단을 영속화시킬뿐더러 공산주의자들의 상투적인 농간에 시간적 여유를 줄 따름이 것이라고 보고 강력한 반대의사를 천명했었으며, 물론 동협정에 대한 조인도 거부하였었다.
그리하여 휴전협정은 그 시발부터 한국국민의 소망을 배경으로 하지도 못했었거니와 침략자에 대한 정당한 처리도 뒤로 미루고 말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후의 경과가 그것을 잘 말하여 주고 있다.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3개월 내에 쌍방의 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회담을 소집』했던, 54년의 「제네바」회의결과가 어떻게 되었던 것인가를 지금 회고해 보면 그때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가졌던 전망이나 우려가 얼마나 정확한 것이었던 가를 알 수 있다. 북괴가 그동안 휴전협정을 위반한 건수는 5천 건을 헤아리며, 또한 북괴가 통일문제에 관한 그동안 내놓은 제안은 천편일률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휴전협정으로 숨을 돌리게 되자 그 파렴치하고 음흉한 본성을 마침내 백일하에 드러내 놓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국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던 당시, 우리 정부와 국민이 가졌던 전망은 역사적으로 정당한 것이었음이 증명되었을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망이 그렇듯 적중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안겨진 비운의 현실은 타개되질 못했다. 그때 휴전을 대신할 보다 강력한 대공전략으로 임했던 들 오늘날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는 다른 것이 되었었을 것이라는 숱한 반성이 오고갔지만 우리는 역사를 역전시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13년전의 그 날을 내일 맞이한다. 그러나 침략의 위협은 조금도 가시질 않았다. 뿐더러 모든 세계적 긴장의 초점이 「아시아」로 집결된 오늘 「아시아」의 평화와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절름발이 휴전성립 13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휴전의 역사적 과오를 안타까움 속에서 또다시 반추하게 되었다.
한국 휴전이 남긴 이 역사적 교훈은 오늘날 공산침략의 위협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모든 「아시아」국가에 있어서 공통된 교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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