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춤의 향연 '국립발레단'

중앙일보

입력

국립발레단은 올해 '호두까기 인형'에 신인들을 주역으로 과감히 기용했다.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그중 가장 파격적인 짝짓기는 20,21,23일 공연하는 윤혜진과 이원국조다. 윤혜진은 올해 입단한 새내기로 이번 무대에서 주역으로 데뷔한다. 스물한살인 그녀는 주역급 중 국내 최연소 발레리나로 영화배우 윤일봉씨의 고명딸이기도 하다.

이원국과 윤혜진은 소위 '띠 동갑'(양띠) 이다. 열두살 차이다. 윤혜진은 그래서 '오빠'대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아저씨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오빠라고 부르기엔 제가 너무 어렵고…."

이원국은 2주일전 '호두까기 인형' 연습을 시작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윤혜진을 지도하고 있는, 말 그대로 '선생님'이다. 명실공히 한국 발레계의 간판스타인 그는 '호두까기 인형'만 벌써 9년째인 베테랑이다.

그는 "국립극장 시절에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객석을 채웠는데 이제는 일반 관객이 대다수니 춤추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늘 같은 대선배죠. 얼마나 잘 가르쳐 주시는지 몰라요. 제가 처음이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실 텐데 그런 내색도 없어요. 선생님은 쉬지도 않아요. 연습 끝났다 싶으면 저쪽에서 스트레칭 하고 있고…."(윤혜진)

"혜진이는 프리마돈나가 갖춰야 할 자질인 기품이 묻어나는 무용수예요. 그윽함이 배어나온다고나 할까요. 쉽게 지닐 수 있는 게 아니죠. 자신의 재능을 잘 알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이원국)

이원국은 여러 안무가와 '호두까기 인형'을 춤췄지만 지난해에 이어 공연하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가 여러 모로 흥미롭다고 평했다.

"호프먼의 원작을 제일 잘 살리는 안무가 아닐까 싶어요. 단순히 성탄절의 떠들썩한 소동에서 그치는 해석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죠. 마임이 없고 춤만 있어서 전달력은 강한 반면 무용수들은 그만큼 힘들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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