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독자 제일주의' 뉴욕의 서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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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의 서점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 최대의 체인서점 '반즈앤노블' 몇 군데와, 어린이책방 '북스 오브 원더',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세인트 마크스 북숍', 오랜 전통의 '리졸리' 등을 찾아가 본 느낌은 한마디로 '부럽다!'였다.

영화 '유브갓 메일'에 나온 대형체인서점을 연상시키는 반즈앤노블의 경우 입주사인 스타벅스 매장에선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잡지를 얼마든지 공짜로 보고 갈 수 있었다. 영업시간은 각각이지만 대개 빨라야 오후 10시에 닫았다. 직장인들도 퇴근 후 충분히 들러볼 여유가 있는 셈이다.

전문화된 작은 서점들 또한 특유의 종이냄새를 물씬 풍기며 독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첼시지역의 갤러리 밀집건물에 있는 예술 전문서점 '프린티드 매터'에선 소량의 책자를 직접 만들어주고 판매까지 대행해줘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책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어느 서점이든 사람들은 편한 자세로 앉거나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절로 책이 읽고 싶고, 사고 싶은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작은 서점에선 책을 읽기만 하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또 전문서점도 많지 않다. 그러니 소수 대형서점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경우 좁은 통로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뒤엉켜 있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팬시용품.문구.CD.식음료 매장이 전체의 5분의 1이다. 최근엔 화장품 코너까지 생겼다. 문화공간들이 '복합매장화'하는 추세라지만 이건 앞뒤가 뒤바뀐 듯한 느낌이다. 당장의 매출 실적에 밀려 '책 소비자'는 뒷전 신세같다.

시티문고 강남점이 새벽 2시까지 연장영업을 시작한데 이어 이달부터 교보가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9시로 1시간 앞당겼다. 하지만 그 정도론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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