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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대일 보복조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기술자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국허가를 계기로 하여 한·일 관계에 긴장이 점고되고 있다. 원래 한·일 협정의 내용에는 양측의 해석차를 불가피하게 할지도 모르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 애초부터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 체결을 강행하였던 것은 일측의 성의있는 해석과 그 정당한 실천에 크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난 반년여의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기대는 거의 완전하게 무너졌을 뿐만이 아니라 이번의 기술자 입국허가조치를 통하여 기본조약에 명시된 한국의 주권조차가 무시당함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강경한 대항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국민여론 또한 심한 반발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몇가지 단계의 조치를 결정하였으며 이미 일인의 사용입국 「비자」발급의 중지와 체한일인의 불법상행위 단속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미 이에 이르렀으므로 정부로서 강경한 보복조처를 취한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보복」이라는 명분으로써는 납득이 가지 않는 점도 없지 않다.
예컨대 전관수역 경비강화같은 조치는 오히려 전관수역의 경비를 지금까지 소홀히 하여왔다는 반증밖에 되지 않을 것도 같다. 전관수역밖의 어장전역을 일어선단에게 개방하다시피한 현상태에서 최소한 전관수역내에 있어서만은 더이상 강화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그 경비를 강화해왔어야 마땅할 것이 아닌가. 지금에야 그 경비를 강화하겠다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일본으로하여금 이 편을 모멸하게 만든 한가지 이유를 제공하여온 것이라고 하여 과언이 아닐성 싶다.
일인의 입국관리에 관한 것도 이와 유사한 점이 있다. 이것은 일본의 북괴기술자 입국허가에 대한 보복조처가 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처음부터 그 관리를 정상적으로 유루없이 하여왔어야 옳다. 이른바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간의 내왕여객은 격증되었다. 일인의 입국명목은 관광·시찰·기술제휴 등이나 그들 가운데는 정상적인 법적절차를 밟지 않고 한국업자와의 야합으로 「오퍼」, 그밖의 무역 등 상행위를 음성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화하여 있는 사실이다.
그들 중에는 대「빌딩」에 큰 사무실을 공공연히 차리고 영업행위를 할 뿐아니라 정부고위층과도 거의 매일같이 접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어처구니 없이 「오퍼」상의 전면수사, 일상사원의 입건 등을 운위함으로써 이들 조처를 보복조처라고 국내외에 훤전한다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멋대로 범하여온 제세법, 출입국관리법, 무역관계법규, 외환관리법 등은 북괴기술자의 일본입국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더라면 그들에게는 영원히 적용되지 않고 말았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인의 도일병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 이전에 어떤 규제가 있어어야 할 것이었다. 각급 공무원·국회의원을 비롯한 상인, 또는 일반인의 외유사태는 더욱 심하여져가고만 있는데 여권상의 목적지나 여행목적의 여하를 불구하고 그 대부분은 일본을 목적지로하는 것이며 그 땅을 밟아보지 못하면 사업도, 인간의 구실도 못하는 것 같은 풍조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하여 정부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며 국민은 철저한 주체적 반성을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대일조처에 관련해서 정부로서는 그 고유의 임무와 특수한 사태에 취해야할 「보복」, 그밖의 외교전략 사이에 혼돈을 일으킴이 없이 냉정하고도 현명한 조처를 취해줄 것을 당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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