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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0년된 엘란트라 130만원 받고 수출

중앙일보

입력

인천광역시에 있는 중고차 수출업체인 NG인터내셔널의 고은식 사장은 다음 주 아프리카 케냐시장 개척을 위한 출장을 앞두고 자료를 모으고 현지인 소개를 받느라 눈코 뜰새가 없다.

현재 중미 코스타리카에 매장.정비공장을 갖추고 월 1백여대의 중고차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내년에 아프리카에도 지사를 세울 계획.

高사장은 "국산 중고차 수출전망과 마진이 좋아 공해 규제가 적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굴러다닌 중고차들의 수출이 쾌속 드라이브를 하며 수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1996년만 해도 9천1백대에 그쳤던 중고차 수출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남미.중동.동남아가 주요시장=남미 페루에서 굴러다니는 차 3대 가운데 1대는 국내에서 이미 단종된 대우차 티코다. 페루는 택시의 절반도 티코여서 중고차 수출업자들에게 '티코 왕국'이라고 불린다.

또 수입차 연식 제한이 없는 코스타리카에는 국내에선 폐차되기 십상인 1991년식 엘란트라.엑셀 등이 주로 수출된다. 업체들은 이를 대당 40만원선에 사들여 40만~50만원 정도를 들여 수리.도색해 '신차'처럼 만든 뒤 1백30만원 정도에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국내 할인점인 '이마트'버스나 서울시 8번 시내버스가 한글 간판을 그대로 둔 채 시내를 다니고 있다.

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중고차 수출대수는 9만2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3천대보다 25% 늘어났다. 중고차 수출은 외환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지난 98년부터 수직 상승한 이후 한국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연평균 20% 이상 늘고 있다.

업계는 ①국산 중고차가 다른 선진국 것보다 값이 싸 인기가 있자②소규모 수출업체가 앞다퉈 생겨났고③중고차 수출이 늘자④애프터서비스(AS)가 강화되고 있으며⑤신차를 따라 들어가는 중고차 수출도 증가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커져왔다고 전한다.

중고차수출조합 이영열 회장은 "중고차 수출로 연간 4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자동차판매㈜는 내년에 중남미 등에 중고차를 전문 판매하는 현지법인을 세우고, 기아차도 중고차 수출팀을 활성화하는 등 대기업들도 중고차 수출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 외상값 떼이기도=일부 업체들은 수출 대수를 늘리려고 욕심을 내 바이어에게 차를 외상으로 준 뒤 외상값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잦다.

또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최근 수백개로 늘어나면서 이들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신생업체들이 주문을 받으려 덤핑을 하는 등 출혈경쟁으로 마진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지난 10월 중고차를 연간 5백대 이상 수출하는 중견업체 30여개사는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을 결성했다.

이 조합은 ▶공동 선적.운송.보관▶신시장 개척업체 보호▶수출시장 정보 공유▶정부에 대해 중고차 등록말소 절차 간소화 건의 등의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영렬 기자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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