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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는 개인 선택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우리 시대 최대의 쟁점인 인간 복제와 관련, 미국 앨라배마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쓴 『누가 인간복제를 두려워하는??원제 Who's Afraid of Human Cloning?) 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된 이 문제를 개인의 선택권과 국가의 규제라는 수준 높은 담론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이 책은 인간의 합리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 아래 인간복제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신과 자연의 섭리를 위배하는 악의 총집합으로 인간 복제를 단죄하는 분위기 속에 저자는 줄곧 옹호론의 맨 앞줄에 서 온 논객.

1998년에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유전공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 복제가 '붕어빵 찍어내듯' 분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으로 말문을 연다.

그 뒤 "인간 복제 반대론자들이 공상과학영화의 이미지에 근거한 그릇된 믿음을 전파한다"고 맹공한다.

문제는 오히려 유전자?같으면 동일한 인간이 될 것이란 유전자 결정론이 복제에 대한 잘못된 사고의 근간을 이룬다는 것이다. 자칭 인간에 대해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해 어쩌면 그렇게 무지할 수 있느냐는 힐난이다.

이어 저자는 '히틀러의 인종 우생학의 재판이 될 것이다''장기 적출을 위해 살인이 저질러질 것이다''돈있는 자만 유전적으로 우월한 아이를 얻게 된다' 등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 논리를 들이민다.

예컨대 마지막 질문에 대해선 계층간의 불균형이 문제라면 "이미 양질의 사교육을 하고 있고 개인용 별장까지 갖고 있는 부유층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반론을 위한 반론을 삼가라고 권고한다.

이런 반론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성찰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높다. 특히 인간 복제 반대론에서 여성의 존재가 빠져 있다는 주장은 관심을 끈다.

현재의 기술로 인공 자궁을 만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데 과학자들은 동의하고 있는 현실에서 복제된 아기도 결국 여성의 자궁에서 9개월을 지내야 함은 부인할 수 없다.

개인의 임신을 통제할 권리가 없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복제를 통한 출산도 개인의 자발적 선택의 문제임이 명확하다는 이런 주장은 섬뜩할 정도로 냉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쯤에 이르면 독자들은 "논쟁에 있어 반론전개의 모범답안"이란 탄성을 지를 법하다.

복제 반대의 다른 편에 서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사생활과 도덕, 공공정책과 법의 관계에까지 사고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권의 영역인 복제 아기 출생을 도덕과 법의 차원에서 금지하는 이유가 가장 극단적인 위험, 그것도 겪어보지 못한 위험을 핑계로 하고 있는 건 문제라는 시각이다.

특히 반대론은 수많은 불임부부와 자녀에게 유전 질환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다.

위생환경 개선, 항생제 개발 등을 통해 '종(種) 의 향상'을 추구해온 인류에게 "더 이상 행복해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대체 누구의 권리냐는 선명한 입장은 인간복제 논쟁에 균형추를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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