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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 선진국은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상가와 같은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 보호만을 위해 별도 법안을 두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은 국민의 생존 기반이란 점에서 선진국들도 별도 보호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상가 임대차 행위는 양측이 모두 영업상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적 계약으로 판단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독일.일본 등은 주택 임대계약의 자동연장 기간을 최장 14년(영국), 30년(독일)으로 정할 정도로 엄격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업용 건물에 대해선 분쟁이 생기면 주택관련법을 준용하거나 민법상 채권.계약.거래관계에 따라 법원이 그때그때 결정한다.

프랑스는 임대차 특별법으로 각종 부동산의 임차권을 보호하고 있는데, 상가는 주택과 별도로 취급한다. 주택처럼 임대기간(3년 이상)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계약 위반이 없고 정상 영업을 한 상가 세입자는(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에 요청하면 그 전 계약과 같은 기간으로) 최장 9년까지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이같이 선진국에 상가와 관련한 특별법이 별로 없는데도 임대를 둘러싼 문제가 별로 없는 것은 계약 관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과거 고금리 시대의 영향으로 보증금을 1~2년치로 과다하게 책정하는 데 비해 선진국은 최소한의 연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한두달치만 정한다.

또 선진국에선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있어 건물주들이 매매에 따른 시세차익보다 안정된 임대료 수입을 선호하므로 분쟁 소지가 적다. 금융기관의 대출 관행도 선진국들은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신용도를 우선시하며 한국처럼 부동산 담보대출을 남발하지 않아 임대분쟁이 적은 편이다.

이효준 기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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