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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하는 한·일 수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동원 외무장관은 13일 상오 주한일본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하여 일정부가 북괴기술자의 입국을 허용하게 되리라 하는데 대한 해명을 요구한바있거니와 최근 한·일수교의 실질은 한마디로 왜곡된 채 공전하는 느낌이 짙다. 먼저 한·일 기본조약과 교포 법적 지위에 관련되는 북괴기술자입국문제 및 동포북송문제를 볼 것 같으면, 일본정부는 기본조약에서 한국정부가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왔던 것이다.
북괴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높여주는 것이 되는 기술자입국문제에 관련된 일본측의 배신은 재일 동포의 북송을 다시 1년간 연장하는 문제와 아울러 중대한 조약폐기행위라 볼 수밖에 없다.
다음 둘째로 청구권분야에 있어서도 일본측은 대일 청구권 원자재자금에 의한 도입계약에 대해 사소한 서식상의 문제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그 인증을 지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긴급하게 도입키로 되어 있었던 대일 어선도입문제에 있어서는 연내실시 도착액을 불과 33「퍼센트」로 밖에 전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청구권사용과정에서 선박자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하려하고 있다. 따라서 대일 청구권의 1차 연도사용계획에 있어서의 선박관계자금 1천9백만「달러」는 그 전액사용이 도저히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세째로 일 측은 3억「달러」이상을 규제하고있는 민간「베이스」의 대일 상업차관문제에 있어서도 계속 3억「달러」의 상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우리측에 사업 우선 순위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듯 하다.
한편 그러한 계속적인 일 측의 간계는 한·일 어업협정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도 지난 6월27일, 우리측에 6개월만에 처음으로 통보해온 공동규제 수역내에서의 어획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에까지 이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일 측 태도가 부성실과 조작과 간계로만 일관된다면 어업협정이 사문화할 것은 물론이려니와 경협에 있어서도 한·일 관계는 줄곧 긴장만 촉발시키는 것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상 몇 가지 작금의 한·일 교섭에서 두드러진 문젯점만을 지적해보았지만 위에서 지적한대로 그것은 전체로 보아 「공전」이라 할 수밖에 없다. 현해탄의 장벽을 뚫은 선린의 모습이 기껏 이지경이라면 그것은 언어도단이다. 원래 속 다르고 겉 다른 일 측의 외교술수는 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그 악명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의 제국주의 지배의 죄책을 불식한다는 것을 전제로 재개된 한·일 협력문제에서 조차 그러한 술수를 계속 농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솟구치는 공분을 억제키 어렵다. 일 측의 맹성을 촉구한다.
한편 우리 정부도 일 측의 그와 같은 전횡이 지난날과 같은 그들의 방야무인한 자세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대로 참호한 대응으로 나가야 할 것이며 만일에 그것이 협약자체의 미비에서 온 것이라 한다면 그것을 개폐하는 등 의연한 태도로 임해야 할 것임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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