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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대 "휴대폰은 내 친구"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10대는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파티 여는 것을 더 좋아할까, 아니면 휴대폰 갖는 것을 더 좋아할까. 시장조사 전문기업 틴에이저 리서치 언리미티드(TRU)社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85%가 휴대폰을 이성친구나 파티만큼이나 좋아한다.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 조사결과의 의미를 안다.

업체들은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미국의 10대 3천1백만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10대에게 매달리는 이유는 첫째 ‘어릴 때부터 고객으로 확보하라’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고, 둘째 10대에게는 새로운 경향이 주류가 되기 훨씬 이전에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온라인(AOL) 인스턴트 메신저의 매력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냅스터와 스트리밍 음악을 통해 파일공유의 혁명을 일으킨 주체가 모두 10대였다는 것이 좋은 예다.

오늘날 휴대폰은 필수도구다. TRU에 따르면 12∼19세 청소년 37%가 휴대폰을 사용한다. 휴대용 게임기 사용 비율과 맞먹는다. 부모들은 자녀와 언제든 연락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내준다. 한편 10대들은 친구와 ‘번개’ 약속을 잡거나 인터넷으로 영화 티켓을 구입하는 데 휴대폰을 사용한다. 10대 세계에 또 다른 유행이 퍼지고 있다. 바로 문자 메시지다. 문자 메시지는 이미 아시아·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제 미국 청소년도 여기에 매료되고 있다.

모토롤라社는 지난해 호출기용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문자 메시지를 양방향으로 전송할 수 있는 저렴한 단말기 토크어바웃 T900을 출시해 10대의 반응을 살폈다. 모토롤라의 마케팅 이사 앨런 스피로는 T900이 10대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토롤라는 올해 초반 한 게임 전시장에 이 단말기의 홍보 부스를 설치했다.

스피로는 “그곳에 온 10대들은 우리 광고까지 줄줄 외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T900은 1백만대가 넘게 팔렸다. 모토롤라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문자 메시지의 기능을 개선하면 이런 종류의 단말기가 더욱 인기일 것으로 생각한다.

문자 메시지의 매력은 사용료가 휴대폰 요금보다 저렴하며 10대에게는 그것이 실제 통화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스피로는 “10대들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말할 때 실제로는 AOL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연결성이 무선 세계로까지 확장되면서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인스턴트 메신저 같은 PC용 응용프로그램을 휴대폰에도 적용하려 한다. 현재 노키아社는 AOL 인스턴트 메신저 인터페이스를 갖춘 3390 모델을 출하하고 있다. PCS·보이스스트림·베리즌 와이어리스社 등 이동통신 업체들도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지원한다.

10대들은 자연히 축약형 문자 메시지를 개발했다. ‘See you later’(나중에 만나)는 ‘cul8r’로, ‘Get a life’(참견하지 마)는 ‘gal’로 줄여서 메시지를 보낸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런 것을 모르면 유행에 뒤처져 있는 셈이다.

Jennifer Tanaka 기자
자료제공 : 뉴스위크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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