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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4조원대 상속 소송 … 이맹희씨 주장 인정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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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장남인 이맹희(82)씨 등 삼성가(家) 5명이 삼남인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4조원대 소송의 1심에서 이 회장이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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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 서창원)는 1일 이맹희씨 등이 “4조849억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및 매각대금을 돌려달라”며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도 청구소송에서 일부는 각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이씨 측이 차명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한 삼성생명 주식은 모두 2727만여 주로, 1352만여 주는 이 회장 소유이고 1375만여 주는 에버랜드 소유다. 재판부는 이 중 이 회장 측 50만 주와 에버랜드 소유 60만여 주에 대해서만 원래 이병철 창업주가 차명으로 상속한 재산이라고 판단한 뒤 각각 17만 주, 21만 주에 대해 상속권 청구 소멸시효(10년)가 지났다고 봐 각하했다. 이어 나머지 33만 주, 39만 주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또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1334만여 주)과 에버랜드 소유 삼성생명 주식(1353만여 주),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통주 79만여 주와 우선주 4403주, 이 회장의 이익배당금과 주식매도 대금 3051억여원 등에 대한 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원고들이 상속재산을 돌려달라고 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였다”며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주식 가운데 법률적 권리행사 기간(제척기간 10년)이 지난 건 각하했고, 나머지 주식과 배당금은 상속재산이라고 볼 수 없어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맹희씨 등은 “이 회장이 창업주로부터 받은 차명주식의 존재를 모르다가 2011년 6월 세금 문제에 직면한 이 회장이 상속포기 동의서를 써달라고 서류를 보내면서 알게 됐다”며 “따라서 상속권 청구 시효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갖고 1988년부터 의결권을 행사한 기록 등이 있어 상속침해 행위가 이뤄진 시점은 늦어도 1988년 12월 31일”이라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98년에 청구권이 모두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기각된 부분을 둘러싼 쟁점은 이 회장이 현재 보유한 주식이 과거 상속받은 재산과 동일한 것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병철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남긴 차명주식과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상속재산을 판 돈이 새로 산 주식에 일부 들어갔어도 이를 상속재산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없기에 반환 청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판결 선고 후 삼성 측 법률대리인인 윤재윤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적으로 보나 합당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 내부에서 벌어진 소송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언급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맹희씨의 장남인 이재현(53) 회장이 이끄는 CJ 그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맹희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 측은 “의뢰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제·박태희 기자

◆기각=민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

◆각하=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이 지났거나 소송 자격이 없는 사람이 제기했을 경우 각하 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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