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뜬소문이기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6·25까지 완성시키겠다던 육교가 6·25 훨씬 전에 사람들을 하늘로 건네다 주고, 서소문의 육교가 제날에 개통되어 도심과 김포를 오가는 차량들이 그 위를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을 때, 신의 있는 시정의 귀한 보기를 보았다. 자리를 잘못 잡았다느니 부녀자들이 건너기가 어렵다느니 하는 투정이 나왔고,「디자인」에 좀더 한국 풍을 살렸더라면 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따위는 모두 배부른 흥정으로 돌리고, 약속한 제날짜에 개통된 것만 고맙게 여겨왔다.
그런데 72명 좌석제「버스」를 만들어서 10원씩 받고 굴리겠다는 얘기는 또 무슨 장난인가. 하기야 서울시가 이 근래 시민들을 향해서 사흘이 멀다하고 떼어온 약속어음은 그 가짓수와 액수가 너무나 엄청난 것이어서 거의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또 백성이란 원래가 건망증이 심해서 웬만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신세를 지고, 호주머니 푼돈을 털 때마다 스스로의 짐짝 신세를 되새겨야 하는「버스」건만은 꿈에라도 잊을 수 없는 것. 「버스」값을 8원으로 올렸을 때 화려하게 떼어 진 어음의 날짜와 내용은 바로 어젯일과 같이 뚜렷이 기억되고 있다. 딴 건 몰라도「버스」에 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버스」값이 오르자마자 독한 연막을 치고 달아나는「버스」와 합승이 부쩍 늘고, 회수권제를 쓰면 학생들의 요금은 실제 인상되는 결과가 된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8·15까지에는 깨끗이 청산될 것이고, 「버스」에 관한 한 10년 묵은 체증이 후련히 가실 것이라는 기대를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 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72인승 좌석제에 요금10원이란 그야말로 청천에 벽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좌석 뿐 아니라 입석도 따로 정해서 요금을 올려 받는 차가 생기면 8원 짜리「버스」는 별안간에 공인된 콩나물시루가 되고 말지 않을까. 「택시」요금이 두 가지, 「버스」가 세 가지로 분화되면, 서민생활이 한결 번잡해지지 않을까. 교통의 실질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8원이란 요금이 슬그머니 10원으로 올라붙지 않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