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100원대 돼야 외국인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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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연초 효과는 웬걸, 다른 나라 증시만 부러워한 한 달이었다. 올 들어 미국·일본·중국 증시가 5∼6% 올랐지만 코스피만 유독 1.76% 떨어지는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 2월 전망도 별로 밝지 않다. 주요 증권사들의 2월 코스피 예상 평균치는 1894∼2040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030선으로 시작해 1961까지 하락했던 코스피 흐름이 크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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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본지가 1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2월 증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 하단을 1900선 이하로 본 회사가 6곳이었다. 이들은 1850선 부근까지 코스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상단은 대부분 2000선을 약간 웃도는 수치를 제시해 박스권 장세를 점치고 있었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연구원은 “수급 상황이나 미국 재정지출 감축 논의 등을 볼 때 2월에도 큰 상승 모멘텀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미국·중국 증시와 3주 이상 디커플링 양상을 보였던 기간은 이번을 빼고 딱 두 차례였다. 2009년 10월 2일부터 11월 27일까지 S&P500(6.5%), 홍콩H지수(8.2%)가 크게 올랐지만, 코스피는 7.3%나 미끄러졌다. 2010년 10월에도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국가 증시 상승률에 크게 못 미쳤다. 이 기간의 공통점은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2009년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떨어졌던 원화가치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자 증시는 부진에 빠졌다.

BS투자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빠른 원화강세가 수출기업의 실적 발표와 겹치면서 시장의 우려감이 커진 것이 과거 디커플링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2월 증시엔 희망적인 요소다. 미래에셋증권 정유정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의 사례에서 디커플링이 1∼2개월 뒤에는 해소됐다”며 “연초에 디커플링이 시작된 만큼 2월에는 해소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코스피와 MSCI 세계지수의 수익률 갭은 7.7%로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2월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떠나는 외국인을 되돌릴 수 있는 원화가치다. 과거 두 차례 디커플링도 원화약세에서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 대신증권이 원화가치와 외국인 매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달러당 1100원 선에서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가 일어났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1100∼1200선에서 활발했던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1100선 이상으로 원화가치가 오르면(환율 하락) 매도로 바뀌었다.

국내 기업의 실적악화 등을 우려한 탓이다. 반대로 원화가치 하락기에는 1200선까지는 순매수를 유지하다 1200 이하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매수세가 확 줄어들었다. 1200원 이하로 원화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위기 국면이거나 안보 이슈가 발생한 때였다.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1100∼1150원대에서 한국 주식을 많이 사고 있다”며 “달러당 1089원인 원화가치가 단기적으로라도 달러당 1100∼1150원 선까지 떨어지면 환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이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2월 증시 분위기를 바꿀 업종으로 철강·화학·비철 등 소재업종과 금융업종을 많이 꼽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나올 정책 기대감으로 건설·기계·미디어 관련 업종 추천도 많았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와 IT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고, 소재업종은 춘절 이후 확인될 중국 경기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은 일단 통신서비스나 유틸리티 같은 내수 소비재 위주로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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