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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펀드 자금 유입줄어 공격적 매수 주춤할 듯

중앙일보

입력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요즘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가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는 외국 큰 손들의 문의 전화를 수없이 받는다. 10월 이후 3조원 이상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와 가파른 지수 상승에 외국인 스스로 놀라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외국인 매수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안선영 연구원은 "3조 달러 규모인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의 현금 비중이 지난해 11월 6.6%에서 지난 9월말 현재 5.6%로 떨어져 외국인 매수세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지만 보름동안 유입 규모가 29억 달러에 그쳐 공격적인 매수를 뒷받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외국 주식형 펀드의 한국투자비중이 연중 최고치(15.3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도껏 한국 주식을 사들인 이상 외국인 순매수 열풍은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을 동남아.남미와 차별화하는 외국인 시각 때문에 순매수 행진이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란 분석도 있다.

UBS워버그는 "미국의 주식 투자자금이 한국.대만 등 아시아 지역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고, 월스트리트 저널도 "메릴린치가 필리핀 사무소를 매각하는 등 외국증권사들이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이 동남아와 남미에서 발을 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대만에 자금을 더 많이 밀어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어쨌든 외국인들이 당장 매도로 돌아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이 상무는 "서울 증시가 단기급등했지만 돈을 빼서 투자할 만한 다른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게 외국인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외국인들은 27일 순매수 강도를 누그러뜨렸지만 2천5백98계약의 지수선물을 순매수해 2천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수를 일으켜 지수를 방어했다. 숨은 고르지만 큰 폭의 지수하락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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