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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수확분배' 한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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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난 뒤 북한 농촌의 협동농장에선 결산분배 모임이 한창이다.

이 모임에선 농장원들이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경영상태를 결산한 뒤 각자의 몫을 책정받는다.

통상 11월 초 농사가 끝난 협동농장부터 결산분배에 들어간다. 북한은 남포시 강서구역의 청산협동농장, 평남 평원군의 원화협동농장 등 모범농장의 결산분배 소식을 매년 전해왔으나 1995년부터는 결산분배 소식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각 협동농장은 결산분배 모임이 있기 열흘 전쯤 작업반별로 농장원들이 한 해 동안 농사에 들인 작업량을 계산해 분배몫을 각자에게 통보해 준다. 농장원들은 '노력일 수첩'에 매일 자신이 일한 내용을 적어놓았다가 작업반의 통보사항과 차이가 나면 조정한다.

분배의 기준이 되는 것은 각 농장원들의 '노력공수'.

이 공수는 작업반장, 또는 작업반원 16~20명으로 구성된 분조의 분조장이 하루 작업이 끝난 뒤 각자의 노동 양과 질을 평가해 매긴 점수를 말한다. 즉 농장원 각자의 구체적인 노동에는 표준 노력 공수가 매겨져 있고,1년간 자신이 얻은 공수(노력점수)에 따라 연말에 분배받는 양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갈밭 몇㎡ 갈면 1공수, 새끼줄 몇m 꼬면 1공수, 거름을 몇평 정도 주면 1공수 등으로 정해져 있어 기준작업의 달성 여부에 따라 공수가 달라진다. 이렇게 매일 매긴 공수를 1년간 합친 것이 농장원의 전체 작업량이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각 협동농장은 통상 10여명을 투입해 수작업으로 결산분배를 위한 통계를 만들어 낸다.

결산분배 모임은 농장 문화회관에서 전체 농장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다. 농장 관리위원장이 올해 농장 전체 생산계획이 몇t이었고 실제 수행은 몇 %였으며, 현금수입은 얼마라는 식으로 결산보고를 한다.

모임이 끝난 후 농장원들은 소속 작업반에서 자신의 분배몫이 적힌 봉투를 받는다. 각자 봉투에 적힌 대로 현물과 현금을 분배받는다.

현물은 강냉이와 쌀 비율이 7 대 3 정도이며 그 양은 강냉이와 쌀을 합쳐 겉곡(조곡)으로 3백40㎏ 정도다. 다만 작업 수행량이 많거나 적은 정도에 따라 더 받거나 덜 받게 된다. 현금은 결산분배 때 직접 주지 않고 은행적립 상태로 나눠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83년부터 원화협동농장의 명예 농장원으로 등록돼 있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도 현금 형태의 분배를 받는다는 것. 북한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98년에 8천4백20원을 분배받는 등 총 16만7천1백89원65전이 통장에 입금돼 있었다고 한다. 북한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이 1백원이 채 못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난해 서울에 온 한 탈북자는 "결산분배일은 농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지만 최근 몇년간 농사가 잘 안돼 분배량은 내핍생활을 해야 1년을 버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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