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닷컴 1세대들 '굿바이, 테헤란밸리'

중앙일보

입력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장,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 메디슨의 이민화 회장, 야후코리아의 염진섭 사장,라이코스코리아의 정문술 사장….

지난해 정보기술(IT) 벤처 열풍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벤처 1세대들이 속속 무대 뒤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에만 20여명 이상이 '테헤란밸리'를 떠났다.

대부분은 갑작스런 경기 악화 속에서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아내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술개발을 위해▶명예로운 은퇴▶가정문제로 IT 업계를 떠나는 이들도 일부 있다.

소빅컨설팅의 김동렬 대표는 "창업주가 어떤 이유로 물러나건 새로운 리더를 영입해 다양한 위기돌파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 물러나는 CEO들=투자를 받지도 못하고 수익도 못내는 등 IT 거품이 걷힌 뒤 냉엄한 현실 경제의 벽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 새롬기술의 적자 누적과 미국 내 자회사인 다이얼패드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이 대표적이다. 인츠닷컴의 이진성 전 사장도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며 지난 8월 사퇴했다.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메디슨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하진 전 한컴 사장은 "투자사의 경영악화로 인해 모기업인 한컴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 네띠앙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다"고 밝혔었다.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 사장이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휴대단말기(PDA)업체인 제이텔의 신동훈 전 사장은 지난달 보스턴컨설팅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하고 자신은 기술담당 이사로 내려앉았다.

그는 "시장 변화에 따라 경영방식도 개발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어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미래산업과 라이코스코리아의 회장직을 겸임했던 정문술 전 사장은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한 케이스.

지난 1월 사임 당시 그는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끝마무리만큼은 누구보다 멋지게 하겠다"면서 "지금이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맡아야 할 적기"라고 말했다. 염진섭 전 야후코리아 사장은 병에 걸린 자녀의 치료를 위해 사퇴했다.

◇ 전문가 시각=전문가들은 벤처 창업주들의 잇따른 사퇴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인터벤처의 유효상 대표는 "미국의 경우 창업자는 1차 펀딩 또는 주식시장 등록 때 대부분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면서 "창업주의 퇴진은 전문경영인이라는 새 피를 수혈,벤처 생태계를 복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윤영수 연구원도 "창업주들의 퇴진은 침체기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이나 마케팅 강화.신규사업 개척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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