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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하루 잠 4시간 자며 음악 몰두 모차르트, 노력가이자 학구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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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1984년에 개봉돼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영화 아마데우스. 영화가 시작되면 오페라 ‘돈 죠반니(Don Giovanni)’ 서곡이 웅장하게 울리고 살리에리가 자살하는 장면에는 교향곡 25번 1악장이 배경으로 깔린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첫 대면에서는 바람을 위한 세레나데 3악장(K.361)이 연주되며 황제가 의뢰한 독일어 오페라를 공연할 때 소프라노가 부르는 곡은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2막 중 ‘그 어떤 두려움이 있어도’이다. 모차르트가 술병을 들고 거리를 다니며 마실 때는 피아노 협주곡 15번, 야외 음악회 장면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22번 3악장, 살리에리가 레퀴엠을 의뢰하러 문을 두드리기 직전에는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이고 의뢰한 다음에 나오는 오보에 선율과 등장하는 오케스트라 선율은 레퀴엠 중 ‘입당성가’인데 이 음악은 모차르트의 장례식 묘사 장면에서도 나온다.

성질 고약한 장모의 잔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지옥의 복수심 내 마음 속에 불타 오르고’는 ‘밤의 여왕 아리아’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 마술피리 중 소프라노 아리아이고 모차르트가 지휘하다가 쓰러져 마차에 실려갈 때는 그가 죽어가며 흥얼거렸다는 오페라 마술피리 2막 중 ‘파파게나’.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이 잠시 연주되다가 멈추며 영화가 끝난다. 평소 모차르트를 접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영화 속의 내용이 모두 역사적 사실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은 그가 너무나 쉽게 작곡한 것으로 알지만 그는 새벽 한 시에 자고 다섯 시면 일어났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음악에 몰두한 노력가였고 학구파이자 도서관 매니어였다.

그의 사생활을 난잡하게 보는 견해도 있으나 그는 도덕을 중시한 계몽주의자였다. 모차르트는 결코 비천한 신분이 아니었다. 그는 스무 살 이전에 교황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von Mozart 였지만 스스로 그렇게 불리는 것을 거부했으니 그보다 낮은 작위를 받고도 평생을 폰 글룩이라 자처한 음악가 글룩보다는 훨씬 겸손한 삶을 살았다.

모차르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추측만 해도 무려 15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암시된 살리에리의 독살설은 그의 사인 중 하나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레퀴엠을 작곡 의뢰한 발제크 시투파하라는 귀족이 죽은 아내를 위해 의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인조차 참석하지 않고 특별한 예식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힌 그의 장례식 기록으로 볼 때 당시 국가가 접촉을 금지한 전염병으로 죽었다는 설도 유력하다.

그가 몸담았던 일종의 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이 오페라 마술피리를 통해 그들의 비밀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독살했다는 정치적 해석이 있는가 하면 평소 그가 즐겨 먹었던 돼지고기 요리가 덜 익어서 선모충병에 걸려 죽었다는 병리학적 견해도 있다. 시신을 찾을 수 없어 영원히 밝힐 수 없는 그의 사인이 무엇이든 모차르트는 죽어서도 영원히 이름을 남긴 음악의 신동이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 http://cafe.daum.net/the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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