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가지’ 자동차 순정부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자동차 ‘순정부품’ 가격이 성능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어클리너와 브레이크패드 각 3개 제품을 놓고 성능비교 실험을 했더니 순정품과 비순정품이 비슷했다”며 “그럼에도 자동차 업체들이 순정·비순정을 구별해 소비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에 의뢰해 각 부품을 2006년형 쏘나타에 장착한 뒤 성능을 비교했다.

 에어클리너의 경우 현대모비스(순정)와 카포스·보쉬(비순정) 등 3개 제품이 모두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정한 청정 효율 기준을 충족했다. 에어클리너가 먼지를 흡수하는 양(포집량)은 카포스와 보쉬 제품이 오히려 현대모비스 제품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레이크패드 실험은 현대모비스(순정)와 상신·은성(비순정) 등 3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정윤선 팀장은 “실험 결과 상신과 현대모비스는 기술표준원이 권고한 기준을 충족했고 은성은 2차 실험에서 기준에 약간 미달했으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수리비는 순정 부품을 쓸 경우 비순정 부품을 사용할 때보다 최고 83% 비쌌다. 이 단체는 서울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소 315곳에 모니터요원들을 보내 차종과 부품별 수리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06년형 쏘나타의 브레이크패드를 바꿀 때 현대모비스 제품을 쓰면 비순정품을 선택할 때보다 수리비가 36~47% 더 나왔다. 에어클리너 교환 때도 현대모비스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28~44% 비쌌다. 조 대표는 “소비자들이 2006년형 아반떼의 에어클리너를 바꿀 때 현대모비스 제품을 고르면 카포스 제품을 쓸 때보다 83%나 비싼 수리비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2009년 ‘비순정품’이란 명목으로 경쟁사 부품의 판매를 제한한 현대모비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50억원을 부과했었다. 현대모비스는 “순정품은 자동차의 제작 단계에서 사용된 것과 같아 최적의 성능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비순정품은 다른 부품의 영향이나 간섭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표는 “같은 업체가 만든 부품이라도 현대모비스의 상표를 붙이면 순정품, 업체 자체 상표를 붙이면 비순정품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순정품이 아니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