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먹거리 식탁불안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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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수산물품질검사원 인천공항지원 직원들은 지난 8일 물류창고에서 중국의 한 업체가 통관을 신청한 수입 냉장갈치 2백50상자(3t)를 검사하던 중 납덩어리 한개를 발견했다.

갈치의 뱃속에서 일부러 잘라 넣은 것 같은 손가락 마디 크기의 납덩어리 한개를 금속탐지기로 확인한 것이다. 지금까지 냉동 꽃게나 복어 등에서 납이 검출된 적은 있지만 냉장 수산물에서는 처음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납 꽃게 파동 이후에도 중국산 수산물에서 계속 납이 검출되고 있다"며 "납이 끓는 물에서 녹는 양은 아주 미미하지만 중국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산 불량식품이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건전지가 들어 있는 냉동문어, 식품에는 쓸 수 없는 비아그라 성분이 함유된 드링크류,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검은 곰팡이가 검출된 당근, 기준치의 2백배가 넘는 대장균이 든 빵 등…. 최근 6개월 새 검사.검역 단계에서 적발된 중국산 먹거리들이다.

중국산 식품의 수입 규모는 1998년 38만t에서 99년 66만t, 2000년 1백39만t으로 2년 새 3.5배로 늘었다. 올들어 10월까지 수입된 규모도 70만t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식품으로 부적합하다고 판정받는 비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중국 식품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식의약청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중국산 수입식품의 부적합률은 0.98%(검사대상 2만4천4백95건 중 2백41건)로 전체 수입식품의 부적합률 0.6%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또 99년과 지난해의 부적합률 0.77%, 0.87%에 비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식품은 수입건수로는 전체 수입식품의 20%지만 통관검사에서 부적합 처분을 받은 비율은 전체 7백46건 중 2백41건으로 32%에 이른다. 중국은 국가별 부적합 수입식품 적발 순위에서 99년 이후 1위다.

그동안 수입식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중 양국이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납 꽃게 파동 이후 지난 7월부터 한.중 수산물 위생관리 약정이 발효됐지만 중국산 병어.민어.옥돔.조기 등에서 납이 검출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함에 따라 앞으로 중국산 먹거리의 수입이 크게 늘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농산물이 더 많이 밀려들기 전에 통관.유통 등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연구원 신성균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검사 기관에 인증서를 발급하고 그 기관이 검사한 물품은 안전성을 인정해 주는 검사기관 인증제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는 "중국산 저질 농산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표시와 식품 유해성 검사를 가공식품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균.조강수 기자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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