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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중립적 기구서 4대강 사업 다시 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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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3일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 오른쪽부터 박 원내대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설훈·문병호 의원. [김형수 기자]

김황식 대 양건. 전·현직 감사원장이 간접 충돌했다.

 양건 감사원장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4대 강 감사 관련 긴급 현안보고에 출석해 “감사원 감사에 대해 총리실이 사후 검증했다는 사례를 저로서는 들은 바 없다”며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양건

  앞서 총리실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 강 검증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부 임기 내 수자원과 토목 관련 학회를 통해 4대 강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는 차기 정부에서 확인된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해 근본적인 보강이 필요하고 ▶일부 사업구간에서 사업비가 낭비됐고 ▶일부 수질상태가 왜곡됐으며 ▶조류 발생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황식

4대 강 감사를 놓고 ‘정부 대 감사원’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과거 진행됐던 감사에서는 “4대 강이 전보다 더 홍수에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었다.결과는 김총리가 총리실로 자리를 옮긴 후인 2011년 1월에 발표됬다. 2년 뒤 양 원장 체제의 감사원은 그 결과를 뒤집었다. 그러자 전직 감사원장인 김 총리가 ‘감사원에 대한 검증’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가 정치적”이라는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는 대응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미 정부 주관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권도엽 장관까지 나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고, 환경부도 반박 자료를 냈었다.

 이날 양 원장은 국회 보고에선 “보의 안전성이 심각한 건 아니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은 언론에서 한 것이고, 내용상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감사 결과 발표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양 원장의 태도 변화에 대해 “보고서를 보면 공사의 미흡한 부분과 그에 대한 우려로 가득 차 있는데, 용어에 대한 해석이 국민과 감사원장이 다른 건가”라고 꼬집었다.

 박지원(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잘 보여 감사원장 임기(2015년 3월)를 보장받으려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나 양 원장은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를 마무리 짓고도 대선이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개월여 남은 시점에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4대 강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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