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 스타들의 '요리 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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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세워 놓고보니 '눈 밖에 안 보이네'란 농담이 나올 만큼 눈이 시원한 신애라(33) .최할리(32) .나현희(31) 씨.

휙 지난 것 같지만 곰곰 떠올려보면 그들의 20대는 얼마나 화려했던가. 나란히 한살 차이인 세 미시에게는 당연히 그때가 그리울 듯도 싶었다.


그러나 웬걸.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이 너무너무 좋다. 예쁜'척' 하고 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요즘 우리의 힘"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꽤 길었던 서울의 가을이 꼬리를 감추고 찬바람이 매서워진 날 그들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한때 자신의 분야에서 인기를 구가했고 지금은 결혼해 자녀를 하나씩 두고 있는 미시들.

그들은 지난 9월부터 케이블 TV 요리방송 채널F에서 MC로 활약 중이다. 다른 방송국의 이런 저런 제의를 뿌리친 그들이 유일하게 활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을 '채널F의 3인방'이라 부른다.

드라마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됐지만 CF출연과 '신애라의 오븐요리'를 진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신애라씨. "둘째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방송활동을 안하려고 했는데 요리프로그램이라…." 실제 그는 요리만은 집에서 따로 과외지도를 받을 만큼 매료돼 있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가 4년반 만에 방송으로 돌아온 나현희씨('식물나라 생생쿡'진행) 가 한술 더 뜬다. "언니, 난 내년에 2년 코스 요리 학교에 갈건데." 아예 프로 요리사로 나서겠다는 각오다.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해 뮤지컬.가수.탤런트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그는 "인기란 참 덧없어요. 브라운관을 벗어나면 금방 잊혀지는 게 스타죠. 요샌 저를 탤런트 노현희씨로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채널F에서 최할리씨가 맡은 프로는 '하우스 스타일링'. 국내 비디오 자키(VJ) 1호라는 간판이 붙어다니는 그도 결혼 후 출산을 위해 1년반 동안 쉬다가 이 프로그램으로 나현희씨와 함께 컴백했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보니 스타를 만났다는 느낌은 오간데 없고 아줌마들 틈에 끼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30대라는 나이가 주는 '여유로움'에 동화된 탓일까.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젊은 스타들이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이다. 또 셋 모두가 아이 키우는 일이 방송활동보다 앞선다고 하는 대목 역시 미시답다.

하지만 "정말 일은 마음에서 떠난 건가요"라고 다시 묻자 "에이, 왜 그러세요.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렇죠 뭐"라고 답하는 세 미시는 마음 깊은 곳에 접어둔 욕심의 한 자락을 들춰보였다.

"당분간은 드라마에 나서지 못할 것 같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다고 드라마를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엔 어머니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건데요, 뭐." 이런 신애라의 말에 나현희는 "그럼, 언니는 꼭 연기해야지. 난 당장 뭐 하겠다고 말하긴 좀 그래요. 한국 온 지 얼마 안되는데 적응부터 해야죠. 다만 뭐를 하든 영화와 함께 할거라는 믿음이 강해서…"라고 했다.

최할리씨 역시 여유있으면서도 다부지긴 마찬가지. "전 나이가 든다는 게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거라 생각해요. 나이에 걸맞은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서 해 볼 작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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