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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에 전부 영자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얼마 전 앓아 오던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집 앞 약방에서 「다이아진」가루약 한 봉을 사 왔다.
약을 상처에 바르려고 약봉을 뜯다가 나는 상당히 놀랐다. 틀림없이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약인데도 겉봉이나 안 봉의 포장지에 한글이나 한문은 단 한자 없고 전부 영어로만 적혀 있었다.
약 이름쯤은 원어로 쓴다지만 설명서까지도 전부 영어로 되어 있으니 웬만한 영어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전면 알아볼 수가 없다.
외국에서는 수출품에까지도 자기네 글을 그대로 써 둔다는데 이건 수출용도 아닌 국내판매용에 이따위 짓을 해 두었으니 무슨 속셈인지? 아마 사용자들로 하여금 외국제로 오인해서 안심하고 많이 살 수 있게 하려는 상술의 하나인지.
특히 약이란 사용시기 방법에 따라 위험이 뒤따르는 법인데 제발 우리 약은 우리가 봐서 언제 어떻게 사용한다는 걸 잘 알 수 있도록 우리 글 전용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서울중구 회현동 1가 165·고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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