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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표모으는「사병」노릇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말단 조직인 지구당은 국회의석을 차지하려는 정치인들의「사조직」과도 같은 인상이 짙다.
선거를 앞둔 여·야 지구당의 조직과 움직임은 국민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먼발치에서 서서히, 그러나 크게 소용돌이칠 징후를 보이면서 드러나고 있다.
전국 1백31개 지구당에선 여·야가 당선을 목표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공화당은 기간·핵심조직을 뼈대로 1백30여만명의 당원을 지구당아래 두고 임전태세를 위한 정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야당인 민중당과 신한당은 각기 30여만의 당원으로 지구당 결당과 함께 선전공세에 중점을 두고있다. 공화당의 비대한 조직과 야당의 허약한 체질-여기에 곁들여 빚어지는 여·야 지구당안의 갖가지 양상은 숱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각 지구당은 이른바 기간조직과 핵심조직등의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역시 공천과 관련한 복잡한 사정에 얽혀 혼선에 빠지고 있는 곳이많다. 부산 동래(양찬우 전내무장관·양극필의원) 경기도 시흥·부천·옹진 (오학진위원·옥조남의원)등이 그대표적인 예-.
이곳은 지구당의 대의원이 두조각으로 갈려 집안끼리의 철이른「선심경쟁」에 겹쳐 기간 조직마저 분열, 갈피를 못잡고 혼동상태에 있다. 이와 함께 공천을 얻으려는 갖가지 공작과 수단이 벌써부터 끈덕지게 추진되고 있고 이것이 지구당의 큰 일거리로 되고있다. 그러나 진정한 지구당 움직임의 양상은 역시 여·야 의원들의 대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공화당은 정당법 규정(제3조)의 묘한 해석에 근거를 둔 지구당이 하의조직(관리장·연락장·활동장)의 모임을 매달 여는외에 부녀회·청년봉사회등을 매주 한번씩 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형상의 튼튼한 짜임새와 활동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지구당 활동은 갖가지 잡음과 야당 선전공세로 역이용 된다고 스스로 비판한다. 전남 S군의 경우 공화당의 활동장 E씨가 인척관계에 끌려 공화당의 정보와 포섭인사를 오히려 야당에 넘겨주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북 C군·K군·S군, 경남 O군 그리고 강원 O군등에선 중앙당의 공천대상자 물색을 싸고 3,4파전이 벌어진데다가 서로의 방해공작으로 중앙의 지시사항이 중간에서 막혀버릴정도로 지구당 기능이 엉망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의 지구당은 현직 위원장의 선거전략과 중앙당이 조사·진단한 결과에 따른 대책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예가 많아 공천을 앞두고 색다른 조절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지구당 조직은 스스로 가눌수 없는 비대증상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염려된다. 앞으로 기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오히려 비대를 줄이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K의원은 여유있는 처방을 내놓는다. 공화당 지구당은 리·동장, 농협, 토지개량조합 그리고 우마차 조합에 이르는 각종단체·직위에 손을 뻗쳐 득표를 위한 치밀한 공작을 하면서 염증이 될지도 모르는 요인은 제거한다는 양면작전을 펴고 있다.
이런 여당의 여유있는「플레이」와는 대조적으로 야당의 지구당 조직은 빈약하고 허술하다.
민중당은 24일로 1백여개의 지구당 조직책을 임명한 폭이지만 지방에 가보면 사무실조차 갖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70여개구의 조직책을 임명한 신한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위한 조직이나 포석에는 아예 업두도 못내는 형편. 더구나 여당의 거물급이 나온 지역에선『승산이 없으나 한번 싸워 보는데서 의의를 찾는다』고 까지 비관론을 펴는 야당사람도 있다. 많은 야당인사들은『야당의 지구당 조직은 강대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여망을 야당이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야당끼리 서로 표를 깍아 먹는 것을 막기위해 정치적 단일화 공작을 펴는데 힘을 모으는 것이 야당의 할일』이라고 스스로의 자세를 규정한다.
여·야 정당의 지구당은 선거때면 국민을 유권자로 높이며「표」를 긁어 모으는 일을 가장 큰 기능으로 삼고있다. 지구당이 평소에 정치에서 동떨어져 있는 국민을 국가시책에 반영시키는「정치적가교」의 구실을 하지않고 있다. 선거때면 유권자에게 돈을 뿌려 표를 모으려는 일시적인 모개체의 위치에서 벗어나는것이 「대중정당」으로 한발 다가서는 징후라고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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