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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5㎝는 커야 하는데 … 혹시 우리 애가 저성장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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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만 되면 부모와 함께 성장클리닉을 찾는 아이가 크게 는다. 또래보다 성장이 처진 게 아닌지 걱정돼서다. 아이의 성장은 사춘기 때 성장판이 닫히면서 끝난다. 성장에 문제가 있는데 사춘기 전에 개선하지 않으면 예상 키만큼 크지 못한다. 아이가 또래보다 많이 작을 때 병적인 원인은 약 20%다. 최근 스트레스·비만·성조숙증이 아이들의 성장을 막고 있다. 중앙일보는 신년기획으로 ‘당신의 자녀, 건강합니까’를 연재한다. 이번에는 소아청소년의 성장 문제와 해법을 조명한다.

소화아동병원 김덕희(왼쪽) 병원장이 엄마와 함께 성장 검사를 받으러 온 김예진(7, 서울 성북구, 가운데) 양에게 “키가 크려면 잘 뛰어놀고 편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스트레스·성조숙증·비만이 성장 발목 잡아

6개월 전 성장클리닉을 찾은 박모(6·인천시)군. 당시 키는 106㎝로, 또래 평균보다 약 10㎝ 작았다. 박군 나이에선 매년 5㎝ 이상 커야 하는데 2~3㎝에 그쳤다. 박군을 진료한 소화아동병원 김덕희 병원장은 “병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초등학교 입학 전 과도한 학습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다. 요즘 이런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박군 부모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마음껏 뛰어놀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병원을 찾은 박군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6개월 만에 키가 4㎝ 자랐다.

 아이들은 성장판이 닫히는 사춘기까지 큰다. 요즘 사춘기는 여아 만 10세, 남아 만 12세께 시작한다.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는 “만 4세까지 키가 약 100㎝고, 만 3세부터 사춘기 직전까지 매년 5㎝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래 평균보다 10㎝ 정도 작거나 사춘기 전까지 1년에 4㎝ 이하로 자라는 저신장 아이는 5~10%로 추산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채현욱 교수는 “부모가 작거나 사춘기가 늦게 시작돼 체질적으로 늦자라는 아이는 정상적인 저신장이다. 성장호르몬 결핍, 염색체 이상 등 병적인 저신장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트레스·비만·성조숙증처럼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저신장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뇌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운동처럼 적당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증가한다”며 “그러나 과도한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불안·우울감이 심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를 막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인)이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성조숙증→저신장 ‘악순환’

점차 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과 성조숙증도 성장에 독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1997년 5.8%에서 2010년 10.9%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조숙증 환자도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 5~14세의 성조숙증 어린이는 2007년 9807명에서 2011년 4만8568명으로 약 5배 뛰었다. 성조숙증의 90%는 여아다.

 성조숙증이 있으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크지 않는다. 여아는 만 8세 전에 가슴과 음모가 발달하고 만 10세 전에 초경을 하면 성조숙증에 해당된다. 남아는 만 9세 전에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관찰된다.

 채 교수는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 같은 고지방식이 비만을 부르고 성조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성조숙증과 관련 있는 성호르몬이 고지방식에 많은 콜레스테롤을 합성해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병원장은 “성조숙증이 있고 초경이 일찍 오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최종 키가 예상 키보다 5~6㎝ 작아진다”고 말했다.

 아이의 예상 성인 키 값은 이렇다. 엄마·아빠의 평균 키에 남아는 6.5㎝를 더하고 여아는 6.5㎝를 빼면 된다. 생활습관과 엄마·아빠 중 누구를 더 닮느냐에 따라 ±5㎝의 편차가 있다. 박 교수는 “부모 키가 크지 않은데 아이가 만 5~6세 때 평균보다 3~4㎝ 더 웃자라는 아이도 성조숙증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잠 7시간 이상 자고 운동도 꾸준히

아이의 성장에 빨간 불이 켜지면 빨리 성장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박미정 교수는 “늦어도 만 10세 전에 성장 문제를 찾으면 예상 키에 근접하게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저신장인지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가 있다. 채현욱 교수는 “또래 100명을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작은 두 명에 속하면 저신장이다. 요즘은 한 반 학생이 약 30명이니 제일 작은 아이가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10㎝ 작거나 만 3세부터 사춘기 직전까지 매년 4㎝ 이하로 자라도 저신장을 의심한다. 박 교수는 “만 4세까지 약 100㎝가 안 돼도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생 당시 체중이 2.5㎏ 이하인 미숙아였거나 또래보다 과체중이어도 성장 관찰이 필요하다. 아이의 평균 키와 체중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에서 ‘2007 소아청소년 표준성장 도표’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채 교수는 “저신장의 원인이 병이면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 나머지는 운동·식사·수면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6개월 간격으로 성장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수면시간은 하루 7시간 이상 돼야 한다. 꾸준한 운동은 성장호르몬 분비와 체중 관리에 좋다. 김 병원장은 “운동은 아이가 좋아하는 종목으로 일주일에 주 3회 이상, 20~30분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메모해 두면 문제가 나타났을 때 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아이 대부분이 성장에 대한 기록이 없다. 성장수첩을 만들어 1년에 한두 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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