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에 혼을 실은 'NEW 김종서'

중앙일보

입력

"한두곡만으로 앨범이 평가되는 풍토가 아쉬워요.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뮤지션들에게는 여러 모로 힘든 점이 많지요."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션 김종서씨가 이번 주에 8집 '오디세이'를 발표한다. '실연'의 7집을 내놓은 지 2년반 만이다. 이번에도 역시 전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했다.


1992년 '대답없는 너'를 대표곡으로 한 첫 독집 앨범 이후 대략 1년반 정도 간격을 두고 새 앨범을 내놓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좀 길었다.

"핌프록 그룹 실버 스푼의 데뷔 앨범 프로듀싱에 공을 들였죠. 다른 가수의 앨범 프로듀서를 맡은 건 실버 스푼이 처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적 여유와 충전이 필요했고…. 이제 프로듀서와 가수로서 좀더 부지런히 활동할 생각입니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정동 덕수궁 옆길. 낙엽이 바삭바삭 부서지는 그곳에서 만난 김씨는 앨범 준비에 공들인 탓인지 상당히 말라 있었지만 눈빛은 의욕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가수로서 두번째 데뷔를 하는 심정인 듯했다. "TV에도 예전보다 좀더 자주 출연하고, 콘서트도 많이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관심 속에서 활동을 재개한 김씨는 "새 앨범 출반에 맞춰 전국 투어를 곧 시작한다. 이번엔 공연을 접할 기회가 비교적 적은 중소 도시 중심으로 일정을 짤까 한다"고 말했다.

두 곡의 연주곡을 포함해 모두 열곡이 들어있는 새 앨범은 다양한 색깔을 자랑한다.

대표곡은 '절대사랑'.'대답없는 너''겨울비''남겨진 독백'등 김종서풍의 발라드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공들여 만든 선물 같은 노래다. 사랑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차라리 듣지 말기를 권한다. 마지막곡 '좋은 날'역시 편안한 리듬과 멜로디에 감수성 짙은 목소리가 실리는 김종서씨 고유의 색깔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흡족할 노래다.

이외에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서정적인 연주와 김씨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퍼플 레인', 비틀스적인 멜로디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패닉'등 한곡 한곡이 모두 다른 색깔을 띠면서도 음반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후배 가수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이 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쉽지 않지요. 음악적으로 정체되고 안주하기 쉽거든요."

줄담배를 피우지만 술은 거의 마시지 못하는 그는 "4집 이후 새 음반을 만들 땐 자기 전에 맥주를 한 캔씩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머리에 빙빙 도는 멜로디 때문에 잠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탄탄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음악적 변모와 발전을 추구하는 그와 같은 뮤지션이 건재한 한, 한국 대중음악계에 분명히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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