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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마흔, 희생만 해왔던 내가 말을 걸어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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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흔앓이
크리스토프 포레 지음
김성희·한상철 옮김, MID
263쪽, 1만5000원

마흔 줄에 접어든 당신. 어렸을 땐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청소년기엔 성실한 학생으로, 대학 졸업 후엔 능력 있고 인간성 좋은 직장인으로 살아온 당신. 남 부러울 것 없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에도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허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지. 뭔가 만족스럽지 않고 스스로가 불완전하게 느껴지곤 하지는 않았는지.

 정신과 전문의이자 호스피스 병동 상담전문의인 크리스토프 포레는 이 책에서 중년이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의 실체를 ‘페르소나’와 자아의 충돌로 설명한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희생시켰던 자신의 일부가 본래의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포레는 “마흔 이전 인생의 전반기에 우리의 목표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라고 말한다. 마흔이 될 때까지 우리는 외부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페르소나, 즉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겉모습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페르소나보다 훨씬 폭 넓은 자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신발이 너무 작아서 발걸음을 뗄 때마다 발이 아픈 것처럼 원래의 커다란 자아는 작고 초라하고 겁 많은 페르소나가 성에 차지 않는다.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내버려졌던 본래의 자아를 찾지 않으면 중년의 위기는 극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에서 인정받기까지 죽을 힘을 다해야 했던 것처럼,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 온전한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다. 안정된 삶이 혼란에 빠질 수 있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또 다시 타인의 시선이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선 남의 눈밖에 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타인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허물어지지 않을 용기를 내야 한다.

 저자는 책에서 자녀관계, 부부관계, 직장생활, 노부모와의 관계 등 인생 각 부문의 재구성 방안을 실제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은 부부간의 고독을 다룬 『함께 또 홀로』(국내 미출간)로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포레의 최신작으로 원제는 『지금 아니면 언제 하리(Maintenant ou Jamais!)』.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당신이라면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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