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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의 요즘…] 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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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회=대선 이후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50대, 60대가 많다고 합니다. 역대 어떤 선거 뒤에도 이런 현상은 없었습니다. 5060 전체가 그렇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낙담.허탈.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회현상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이고, 왜 그럴까요.

▶김용학=5060 사이에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요. 그러니 2030과 5060을 지나치게 대립시키지는 말아야 합니다. 많은 5060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분류되는 이미지가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 낡은 정치 지지자, 반개혁론자 등 부정적이라는 데 분개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매도당한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거기다 이미 '권력 이동'이 벌어지고 있으니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대간, 위아래간 지식.정보의 우위가 아예 역전되고 있어요. 그 핵심이 바로 인터넷입니다.

▶한경구=해방, 6.25, 가난 등 위기를 직접 겪어 '위기인성(人性)'이 가장 강한 세대가 50대 중반 이후의 세대입니다. 그 다음 세대는 직접 위기를 겪지는 않았지만 부모 세대로부터 훈육을 받고 자랐으므로 간접 경험을 했고, 2030은 위기인성이 가장 약하지요. 5060은 이번 대선 결과도 위기로 보는 성향이 강한 겁니다.

▶임기영=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세대와 관계 없이 위기는 국민 의식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위기의식이 없으면 당장 필요한 일이라도 느긋해지지만, 위기의식이 있으면 욕구를 즉각 만족시키려 조급해집니다. 과거보다 잘 살게는 되었지만 위기의식이 해소되지는 않고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에 변화는 불안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5060은 평생 위기를 자기가 관리해 온 세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주도권을 내주었고, 자기가 관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불안하고 허탈한 것이지요.

▶서병훈=5060이 어느 정도 박탈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좀 과장된 감이 있습니다. 세대간의 권력 이동은 이미 벌어져오고 있었는데 지난 대선으로 극명하게 드러났고, 따라서 5060이 권력 이동을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본질적으로 권력 이동이라기보다 분권화(分權化)라고 봅니다. 계속 갖고 있다가 이제 조금 나누는 정도 아닙니까. 지나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대안을 찾아야지요. 세대간 분권은 바람직한 것이고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사회=과거 고도성장기의 주역이 지금의 5060입니다. 그 때는 젊어서 고생하면 나이 들어 대접받고 좀 편안하게 지낸다는 사회적 합의 내지는 묵계가 있었어요. 그것이 깨져나가니 당연히 허탈해지고 화도 나는 겁니다. 60대보다 50대가 더 할 것이고.

▶한경구=인구나 조직이나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피라미드 형태가 아닙니다. 지금의 40대가 보기엔 5060이 그래도 부러운 세대입니다. 5060은 평생 처음으로 박탈감을 느껴 봤을 겁니다. 정치 변화가 양김(金) 때문에 지체되다가 한꺼번에 닥쳤으니 충격이 더 컸을 테고. 어떻든 5060은 그렇게 심리적 공황에 빠져들 필요가 없습니다. 실은 과거 6월 항쟁 때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세대가 지금의 5060입니다.

▶임기영=인터넷에 의한 정보 우위의 역전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인터넷 검색으로 의사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식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해석.판단.결정이 중요한 거지요. 인터넷세대가 아날로그 세대더러 '내가 더 많이 아니까 내놔라'하면서 '책임'은 별로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5060의 불만.불안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을 두고 무조건 역동적이다, 감성이 살아있다고 하는데 거기엔 매스컴이 '아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병훈=5060이 심리적으로 왜 그토록 쉽게 무너지느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동안 '권위 부재'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나이 든 것으로 유지해왔는데 이제는 안되는 것이지요.

▶김용학=무력감을 느끼지만 말고 현실정치.시민운동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인터넷 등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5060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합니다.

▶한경구=문화적으로도 5060이 이젠 위기인성을 벗어나려 노력해야 합니다. 즐기기도 하고 할 말은 하고 살고, 자기들끼리 더 자주 모여 시민단체든 재즈댄스든 뭔가 하고. 국가도 그런 데 대해 배려해야 합니다. 20년이든 30년이든 남은 여생을 보낼 공간이 너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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