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어린이 왜 도와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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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대북 지원 비정부기구인 한민족복지재단과 공동으로 '북한 어린이 돕기 2003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의 정신에 공감한 각계의 온정이 밀려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북핵 사태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 돕기 운동을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일부의 의아심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북핵 정세의 엄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운동에는 인도주의적이고 민족적인 절박성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북한 식량난의 최대 피해자가 어린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제임스 모리스 사무총장은 "외부의 식량 지원이 없을 경우 2003년 내에 4백만명의 북한 어린이가 기아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절대다수의 어린이가 단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거나, 만성적 영양실조(2000년 5세 미만 어린이의 45.2%)로 병마와 발육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 현실이다.

이대로 성장할 경우 왜소증.뇌기능 저하.심부전.간부종.시력장애 등의 질병을 얻어 다수가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환경에 내던져져 있다.

그 어린이들이 누구인가. 통일이 되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될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그들의 다수가 발육 지체와 장애 상태로 성인이 돼 우리 사회에 편입된다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될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왜 그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와야 하는가의 당위성과 역사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도주의정신은 오히려 사치다. 지금 조금만 도우면 훗날 부담해야 할 거금을 아낄 수 있고, 통일 후 "그 때 남녘 동포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그들의 원망도 듣지 않을 것이다.

성금 5천원이면 유치원과 탁아소 어린이를 한달간 먹일 수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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