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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 뒹굴뒹굴 징글징글 추위 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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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중의 오지, 강원도 화천의 비수구미 마을로 가려면 해산터널부터 이어지는 6km의 계곡길을 걸어야 한다. 푹신하게 쌓인 눈에 자꾸만 발이 빠졌다. 차라리 썰매를 타는 게 빠르겠다 싶어 미리 들고간 비료포대를 엉덩이에 깔고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오달지게도 춥다. 매스컴마다 ‘기록적인 추위’라고 떠들지만 올겨울 추위는 ‘기록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한 달이 지나도록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달 초순 서울의 평균 최저기온은 섭씨 영하 11.5도로, 1986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 평년과 비교하면 7.3도나 낮았다. 이 기간 최저기온이 평년을 웃돈 날은 하루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초순 서울의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7.1도였다. 56년 만의 기록이다. 혹한은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징글징글하다.

 올겨울 몰아친 혹한은 겨울 레저 풍경도 바꾸고 있다. 눈 많이 오고 날 추우니 스키장만 신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짜 눈 만드는 비용은 줄였지만 경기는 예년 수준이란다. 너무 추워서 스키장에도 잘 안 가는 것이다. 대신 수영복이 잘 팔린다. 하도 추우니까 따뜻한 남쪽 나라로 ‘피한(避寒)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어나서라고 한다.

 동굴도 때아닌 호황이다. 동굴은 연중 온도가 일정하다. 영상 10도 안팎이다. 여름에 들어가면 시원하겠지만 요즘 같은 추위에 10도면 고맙다. 이번 겨울 천수만이나 금강에서 가창오리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너무 추워서였다. 올 겨울 철새들은 서해안을 건너뛰고 남해안에 내려앉았다.

붉은 다리 밑으로 보이는 허연 평지가 얼어붙은 파로호다.

 week&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엄동설한에 어디를 가라고 권할 것인가. 뜨뜻한 아랫목을 사수하라고 할 것인가, 눈과 얼음의 세상 속으로 돌격을 외칠 것인가.

 장고 끝에 week&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썰매를 타도 면적이 4만㎢에 이른다는 드넓은 파로호에서 탔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길을 내며 걸었고, 얼음 깨고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축제만 골라서 찾아가 봤다. 스키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장 싸고도 알차게 이용하는 요령을 파고들었다. 이번 주 week&이 6개 면을 들여 강조하는 바는 하나다. 겨울 속으로 뛰어들라!

 온몸으로 부딪친 겨울은 뜨거웠다. 추위를 잊는다는 표현은 허풍이 아니었다. 움츠린 어깨가 펴졌고 불끈 기운이 솟았다. 단단히 작정을 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영하 20도 아래 세상만 찾아다니다 보니, week& 여행기자 네 명 중에서 세 명이 감기에 걸렸고 한 명이 눈길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가서기 쉽지 않아서, 겨울은 그렇게 아름다운가 보다. 

글=손민호·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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