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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도미노… 이번엔 '나일강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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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용하던 나일강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집트에서 불기 시작한 민주화 요구 바람 때문이다.

이집트는 중동의 최대 정치강국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5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야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시민혁명의 물꼬가 트였다"며 '나일강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강에 새로운 물이 흐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大)중동민주화 구상 속에 중동에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로 건너오면서 25년 무바라크 정권이 위협받고 있다.

?키파야 집회=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야권의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했지만 최근 상황은 한층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사흘이 멀다 하고 개최하고 있다.

이들의 상징적인 구호는 아랍어로 '키파야'(충분하다)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래 통치했으니 물러가라"는 뜻이다. 무바라크는 오는 10월 대선에서 다섯 번째 연임할 꿈을 꾸고 있다. 무바라크의 아들이 대통령직을 세습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아 키파야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중동의 최대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도 27일 30여 년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카이로 도심 람세스 광장과 의사당 앞 두 곳에서 형제단원 수천 명이 "이슬람이 도래하고 있다"고 외치며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들은 24년간 지속되는 비상계엄 해제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불안한 정국=이집트 정부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집트의 실질적인 야권세력을 대표하는 무슬림 형제단의 시위를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형제단원과 지지자 230여 명을 연행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28일 "야당의 시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29일 "가열되고 있는 반정부 개혁시위에 대한 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야권은 30일 예정된 전국적인 대규모 반정부 평화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직선제 개헌은 약속됐지만 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이 정당소속자로 제한되고, 정당 설립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제한이 많아 실질적인 야권이 대선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단축과 무제한 연임 폐지, 대통령의 권한 축소 등도 요구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 무바라크 대통령은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77) 이집트 대통령은 1952년 혁명 이후 등장한 군부의 세 번째 대통령. 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돼 당시 부통령직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단독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찬반투표로 연임에 성공했다.

공군 출신의 무바라크 대통령은 두 명의 전임자와 달리 '색깔 없는 지도자'로 유명했다. 특별한 이념을 추구하지 않고 실용주의를 내걸었다. 경제정책도 사회주의의 구습을 완전 타파하지 않고 자유경제와 접목하려는 시도를 벌여 왔다.

이 같은 노선이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강력한 중앙집권 독재의 틀은 변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권력의 부자세습 움직임이 보이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경제개혁과 부패로 국민의 불만은 고조돼 왔다. 하지만 외교적으로는 중동 내 정치 대국으로서의 중재자 자리를 지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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