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홍역에서 아이들 건져낸 겨울날의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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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더 필란트로픽 生(생): 콘서트’가 250여 명의 관객이 동참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관객들은 4만원의 티켓 한 장으로 제3세계 40명의 아이들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제공했다. 사진은 ‘엄마는 나의 빛’을 부르고 있는 동네빵집.

원 샷 원 라이프(One Shot, One Life). 한 방의 주사가 한 명의 어린이를 살린다면, 내가 산 티켓 한 장으로 40대의 주사를 접종할 수 있다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롤링홀에서 영하 16도를 무색케 하는 달콤한 목소리와 기타 선율이 흘러나왔다. ‘더 필란트로피스트(The Philanthropists·회장 김기동)’가 주최하는 ‘더 필란트로픽 生(생): 콘서트’가 두 번째 막을 연 것.

 콘서트는 아티스트들의 재능기부와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더 필란트로피스트’와 콘서트의 취지가 소개됐다.

‘더 필란트로피스트’는 청년들의 사회인식 개선을 목표로 2009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김기동(27)회장이 친구들과 함께 ‘전략적 사회발전’ 개념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지난해 1월 ‘2012 필란트로픽 콘서트’를, 8월에는 ‘더 필란트로픽 컨퍼런스 2012’를 개최했다. ‘더 필란트로피스트’는 두 행사의 총 수익금 1000만원을 유니세프에 전달해 1만4285명의 아이들을 홍역으로부터 지켜줬다. 올 여름에도 ‘더 필란트로픽 컨퍼런스 2013’이 열릴 계획이다.

이번 콘서트는 소아마비 백신 지원 기금 마련을 목표로 열린 스탠딩 콘서트로 25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수익금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통해 1만여 명의 제3세계 아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엠씨더맥스와 래퍼 딥플로우와 화지, 힙합뮤지션 비프리(B-Free),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 인디밴드 동네빵집 등이 따뜻한 콘서트에 동참했다.

남정민(25)부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단체가 사회봉사·기부활동을 해왔지만, 정확하게 어느 곳에 얼마나 쓰는지, 기부의 영향 평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우리 단체는 투명하게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수익금이 기부되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밝힌다”며 “기부 하나에도 철저한 계산을 적용해 그 기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기부자에게 알려주는 단체”라고 말했다.

 ‘더 필란트로피스트’는 현재 세계 32개 대학에 다니는 64명의 사무국원을 거느린 탄탄한 조직이다. 사무국원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을 해 국내 대학생들에겐 조금 생소한 단체다. 당연히 사무국원을 더 뽑고 싶단다. 남 부회장은 “초기 3명의 미국 유학생으로 시작한 단체라 유학생들 사이에만 알려져 왔지만 이제는 한국 대학생들 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계신다”며 “전공무관이다. 나이도 본인이 젊은이라고 생각되시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밝혔다.

 ‘더 필란트로피스트’는 1주일에 한번 국내 오프라인 미팅을 갖는다. 참석하지 못하는 해외 유학생들을 비롯한 국내 대학생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 온라인 미팅도 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누구나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콘서트나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사회를 전략적으로 바꾸는 데 동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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