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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공약 분석·진단하겠다” … 수정 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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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로비에 붙어 있는 입주 부서 안내판. 15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외교통상부에 있던 통상교섭본부가 지식경제부로 이관돼 산업통상자원부로 통합된다. 이에 따라 안내판에 보이는 FTA교섭국 등 통상교섭본부 관련 부서는 모두 사무실을 이전할 예정이다. [뉴스1]

출범 열흘째를 맞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공약 수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6일 “개별 공약들의 수준이 다른지, 중복되지 않는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분석·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철저한 검토과정을 거쳐 마련한 만큼 대선공약 이행에 문제가 없다”던 기본 입장에서 공약이 수정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17일 정부 업무보고가 끝나는 대로 새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절차’의 핵심이 대선공약 이행계획이다. 윤 대변인은 “공약 이행계획을 포함해 국정비전·목표·전략·과제가 하나의 논리적인 고리로 연결돼 국정 전반을 조망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약 수정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고, 대선 공약에 대해 업무보고하고 신규 발굴(할 게 있는지) 그걸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윤 대변인의 발언은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행에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업무보고를 거치면서 예상보다 재원이 많이 소요된다는 의견이 나왔고, 일부 공약은 비판적인 여론에 부딪히는가 하면,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마저 잇따라 공약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복지공약이다. 박 당선인은 연금·의료·빈곤구제 등 복지공약을 실현하는 데 5년간 28조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연금과 의료 분야 공약이행에만 5년간 50조원이 필요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기초노령연금을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리기 위해 국민연금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이 알려지자 거센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본지 1월 11일자 1, 3면> 군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은 국방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공약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이거 저거 다 해준다’고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그러나 내세운 공약 중 예산을 짜다보니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노령연금, 군 복무 18개월 단축, 중증 4대 질환보장 등을 실현이 어려운 공약으로 꼽았다. 심 최고위원은 “65세가 넘으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도 매달 9만원씩 노령연금으로 주겠다는 것인데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준다는 얘기는 복지원칙에 맞지 않고 재원도 충분할 리 없다”고 비판했다.

 정몽준 의원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인수위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정부가 제출한 공약 이행계획을 토대로 재원 소요계획을 집계한 뒤 공약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일부 공약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이달 안으로 박 당선인의 306개 공약 가운데 재정이 필요한 252개 공약에 대한 재원확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윤 대변인은 “정부 업무보고가 끝나면 현장방문과 전문가 초청 정책간담회를 열어 국정과제 수립에 필요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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