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상훈·이백순 집안 싸움 … 법원, 죄 무겁다면서도 둘다 “집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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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상훈(左), 이백순(右)

이백순(61) 당시 신한은행장이 2010년 9월 신상훈(65)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사건’의 당사자 2명에게 법원이 동일한 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설범식)는 16일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수장으로서 높은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주주로부터 돈을 받아 죄가 무겁다”며 “다만 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금융인으로서 성실하게 일해 온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검찰 기소 내용 가운데 신 전 사장이 자문료 2억6000여만원을 횡령하고 교포 주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사실만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부당 대출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선 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만 인정했다.

  은행장이 자사 최고경영자(CEO)를 고소하고 주주들이 은행장을 고발한 이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에서 양측은 2년여 동안 40여 차례 공판을 이어 가며 치열하게 맞섰다. 지난해 8월 공판에선 이 전 행장 비서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온 USB가 공개됐다. 여기엔 ‘조직을 위해 신 전 사장 개인 비리로 몰아가야 한다’는 내용의 시나리오가 들어 있었다. 신 전 사장 측은 “라응찬(75)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그의 비호를 받는 이 전 행장이 공모해 2인자인 신 전 사장을 몰아내려 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이 전 행장의 당시 비서실장이 “이 전 행장이 2008년 ‘라 회장의 뜻’이라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네라고 지시해 남산의 한 주차장에서 돈을 건넸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열쇠를 쥔 라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증인 출석 통보를 받고도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앓고 있다”며 불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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