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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컨설팅 개척자’에델만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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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보(PR)컨설팅 산업을 탄생시킨 ‘세계 PR계의 대부’ 대니얼 에델만(사진)이 숨졌다. 92세.

 글로벌 PR컨설팅회사인 에델만은 “창업자인 에델만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심장질환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AP·로이터 통신 등은 “PR컨설팅의 개척자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평가했다.

 에델만의 PR컨설팅회사는 출범 첫해인 1952년 시카고의 복덕방 수준이었다.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26개 나라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임직원은 4600여 명.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매출)은 6억6000만 달러(약 6900억원)에 이른다.

 에델만은 세계 정상급 기업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 제약회사 화이자, 미국 제조업의 상징 GE, 유통공룡 월마트,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 등이 에델만의 조언을 받은 뒤에야 입장을 발표하고 새 제품을 내놓는다.

 대니얼 에델만은 PR 역사에서 분수령을 이룬 인물이다. 그가 회사를 차린 52년 이전까지 PR컨설팅은 비즈니스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자나 작가 출신들이 연설문 대필 등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심부름센터 수준이었다.

 장성빈 에델만코리아 대표는 “1인사무소 수준의 PR컨설팅회사를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람이 바로 대니얼 에델만”이라 고 말했다.

 대니얼 에델만은 광고가 아닌 기사로 기업을 알리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50년대 미국 생활용품 회사인 사라리에 대한 기사가 잡지 비즈니스위크와 라이프에 실리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까진 기업의 홍보는 광고를 통해서 한다는 게 통념이었다.

 그는 사실을 언론과 대중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를 잘 알았다. 생전 “일방적으로 사실을 주입하면 안 된다. 기자와 대중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실제 그는 기자와 소비자들이 제품을 비교 평가하도록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니얼 에델만은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기자로 활동하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의 임무는 대적 심리전. 어떻게 해야 대중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심리전을 통해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에델만은 전쟁이 끝난 뒤 CBS 기자로 일하다 40년대 후반 재즈 가수들의 홍보담당자로 변신했다. 그가 담당했던 인물이 바로 재즈의 거장인 듀크 엘링턴이다.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피임약 광고모델로 쓰고, 패스트푸드 KFC의 창립자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일명 ‘샌더스 대령’)를 회사 로고로 활용한 것도 그였다.

 마리아 러셀 시라큐스대 교수(PR)는 NYT와 인터뷰에서 “에델만은 홍보회사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 회사 직원들을 심부름꾼이 아닌 비즈니스 리더와 정치인들이 존중하는 컨설턴트로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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