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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잡음, 불통 보안, 공약 마찰 …‘삼청동 외딴섬’ 인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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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몰려드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한 채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 내부 출입은 부처 업무보고가 있을 때 출입기자들 중 대표로 뽑힌 일부 기자에게만 업무보고 직전에 잠시 허용되고 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 앞에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기자들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나도 30년 기자 했다고 했잖나. 선배입네 하는 건 아니고. 제가 26살 반 때 기자를 (시작)했다. 그때가 대학교 4학년….”(윤창중)

 “질문에 답변부터 해달라. 개인사를 물은 게 아니다.”(기자)

 “실례지만 (소속이) 어디냐?”(윤창중)

 “공적 자리에서 개인사를 (말하나).”(기자)

 현안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 딴소리하는 대변인. 지난 6일 인수위 출범 이후 매일 반복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민과의 소통을 밀봉해 버린 인수위는 공공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기관”(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① 인사, 보안 강조하더니=인수위에서 보안이 가장 심했던 분야는 인사였다. 그런 인사 분야에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13일에는 임명장을 받은 지 엿새 만에 최대석 인수위원이 중도 사퇴하는 인수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통일부 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최 전 위원의 퇴진에 대해 인수위 측에선 “일신상의 이유”라는 설명 외에 일체 함구하고 있다. 인사도 발표 전까지는 몰라야 하고, 유력 인사의 낙마 이유도 몰라야 한다는 식이다.

 인수위의 비밀 인사가 문제를 일으킨 사례는 적지 않다. 인수위 청년특별위원회에선 돈봉투를 받았던 전직 서울시의원과 불공정 하도급 때문에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게임업체의 대표가 포함돼 논란을 일으켰다. 홍기택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겸직이 문제가 됐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지만 경제1분과가 금융 분야를 관할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홍 위원은 뒤늦게 사외이사직을 사퇴했다. 이뿐이 아니다. 인요한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은 외국인학교 교비 불법 전용 승인과 관련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윤창중 대변인은 보수 정치인 중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을 ‘정치적 창녀(娼女)’라고 표현해 임명 때부터 반발을 샀다.

 ② 불통 논란=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 활동이 국민의 알권리는 고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14일 오후 3시26분 인수위 기자회견장. 생방송 연결을 준비하던 한 뉴스채널의 기자가 중계팀 기술진에 “(생방송) 안 물린대요, 내용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4분 뒤 진영 부위원장이 업무보고와 관련해 현안 브리핑을 하는데도 평소와 달리 생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부처 업무보고의 제목만 그대로 읽는 브리핑이라 뉴스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보안 제일주의’는 지난해 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면서 새누리당에 나타난 행태였다. 이게 인수위로 넘어와 더 강화되고 있다. 당선인 비서실의 이정현 정무팀장은 “외과수술을 해서 입이 없어졌다”고 했다.

공보 시스템도 혼선이다. 정부부처의 업무보고와 관련해 박근혜 당선인의 심기를 전하며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한 반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사실무근”이라며 엇갈린 말을 하기도 했다.

 ③ 공약만 신경 써=인수위와 업부보고를 하는 정부 부처 사이에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는 업무보고를 위해 100쪽가량의 보고서를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 시간 진행된 보고에서 인수위원들이 관심을 보인 내용은 ‘당선인 공약 이행 계획’이라고 적힌 2쪽이었다. 그러면서 공약 이행과 관련해 “빨리”라는 말만 수없이 되풀이했다고 한다.

재정부뿐이 아니다. 각 부처에선 4대 중증 질환 100% 보장(보건복지부), 대검 중수부 폐지(대검찰청), 병 복무기간 단축(국방부), 목돈 안 드는 전세 공약(국토해양부) 등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 측에선 “관리의 입장에서, 관행에 기대서 문제를 그대로 유지해 나가려고 하는 문제가 있다”며 지적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관계자는 “부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언론이나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비밀주의로 일관해 힘이 생기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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