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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男, 내연녀 차에 감금했다 면허취소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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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모(42)씨는 2010년 11월 내연 관계에 있던 노모(여)씨를 차에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노씨와 합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김씨는 “취소 처분은 지나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자동차를 범죄 도구로 사용해 여성을 감금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2심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강민구)는 14일 “자동차를 범죄 도구·장소로 이용한 범죄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를 규정한 도로교통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문제삼은 법 조항은 2011년 6월 개정 전 도로교통법 제93조 11항.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해 살인 또는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를 한 때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여기서 ‘등’에는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뿐 아니라 상습절도·유인·감금·교통방해 등 다소 모호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차에서 성추행을 했다거나, 물건을 훔친 뒤 차를 타고 달아나기만 해도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법원은 그동안 이 규정을 두고 엇갈린 판결을 내려왔다. 2008년 광주고법은 친구의 아내를 차에 태운 뒤 성추행한 운전자 김모(39)씨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동차를 범죄 장소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지난해 전주지법은 전처를 트럭에 감금해 면허를 취소당한 트럭운전사가 낸 같은 취지의 청구 소송에서 “운수업이 생계수단이란 점을 감안하면 취소는 가혹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에선 연간 20만 명의 운전면허 취소자 중 1%(2000명)가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판부는 “운전을 생계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 모호한 규정에 따라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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