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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 연구기구의 설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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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보된 바와 같이 민중당은 통일문제와 대북괴정책을 연구하는 초당 범국민적 기구를 국회 안에 설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의하였거니와, 국토통일이라는 민족적 숙원이 근래 각종 내외문제의 혼돈 속에서 국민의 관심 밖으로 소외되어 온 듯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던 터이므로, 우리는 이 제안에 대하여 새삼스러운 성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지적,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로 다른 대외관계 문제와는 또 달라서 대북괴정책과 통일문제는 정파적 이해관계나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될 우리의 공통운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학계·언론계·종교계와 각 정당대표들을 이 기구에 참여시킨다는 제안점에 동의하면서도 우리는 종래 시도되어 온 바와 같은 형식적인 「각 계 각 당의 망라」로 그쳐서는 안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국토분단의 비극을 체험해 온 지난 20여 년을 통해서 형형색색의 통일방안에 접해 왔으면서도 이렇다 할 실현성 있는 착안을 보지 못한 까닭은 우리의 생각이 모자랐다는 탓보다도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써도 어쩔 수 없는 국제 정치적 제약상황 때문이었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작금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는 우리의 주변환경 조건은 우리의 국토통일이라는 문제점에서 고려할 때 언제 어떠한 상황으로 유동하게 될 지 모르는 움직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통일문제가 결코 정치문제에만 국한될 수 없는 다면적 성격을 내포하는 것임을 시인한다면 각 계의 전문적 혜지를 집중·종합하여 미묘한 변동 속에서 우리의 지상과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게 하는 것은 오히려 만시지탄마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소신이다.
다만 거듭 말하거니와, 이 기구에만은 정치적 고려라든지 실정에 흐름이 없이 진정한 전문적 지식과 관심의 소유자를 엄선하여 책임성 있는 연구와 과감한 건의를 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우리는 민중당이 동 기구제안의 동기로 『…정부의 통한정책을 포함한 외교정책이 크게 변모해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하거니와, 이러한 특별기구의 설치제의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제기될 지도 모르는 정치문제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정부·여당측이 이러한 야당측 제의를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러한 제안이 어디까지나 정치성이 없는 통일에의 의욕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믿고자 한다. 환언하면 우리나라 정치에서 일관하는 중대문제이면서도 언제나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오던 통일문제가 정리를 초월한 민족적 숙원의 해결책으로 제시될 때에 비로소 진정한 방안일 수 있으며 국민의 지지와 성원도 기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통일문제도 이제는 종래와 같이 「유엔」에만 기대하고 안이하게 미국의 그늘에서만 속수무책으로 지낼 수 있던 시기가 지났다는 느낌은 온 국민의 마음 속에 한결같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하였다는 점은 부인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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