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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국제하프마라톤 이모저모] 마라톤 매니아들

중앙일보

입력

"잠실벌을 달리기 위해 휴가를 받아 왔지요. "

자칭 '마라톤 중독자' 라는 재미교포 양현묵 (梁鉉默.55.캘리포니아주 거주) 씨는 지난달 19일 오로지 모국 땅에서 힘차게 뛰어보고 싶어 한국에 왔다.

LA 제록스사 엔지니어인 그는 휴가일정을 조정,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미국에 남겨두고 함께 입국한 부인의 응원을 받으며 4일 하프코스를 달렸다.

梁씨의 '마라톤 사랑' 은 미국으로 이민한 1987년부터 시작됐다. 아침마다 동네를 한바퀴씩 돌며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온 그는 99년 시카고 대회에서 3시간46분에 첫 풀코스 완주를 이룬 것을 시작으로 10여차례 풀코스 완주기록을 세웠다.

마라톤이 좋아 98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제프 게러웨이의 저서 '마라톤' (조원문화사) 을 한글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모국에서의 마라톤 잔치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는 梁씨는 이날 밤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73세인 차춘성씨는 6.25 참전 당시 박격포 파편에 맞아 오른쪽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출신. 그러나 81년부터 시작한 마라톤에 대한 애착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매일 목발을 짚고 8㎞를 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다.

눈.비가 와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며 지난 20여년간 참가한 대회만도 2백여개.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모든 상이군인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고 말했다.

80명이 함께 뛴 '일산 호수마라톤' 회원들도 98년 8쌍의 부부로 출발한 마라톤 매니아들. 이 단체 주성영 (45) 총무는 "한명의 낙오 없이 모두 결승점을 통과해 더욱 기쁘다" 고 말했다.

손민호.이철재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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