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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유용은 위법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26일 중앙청 상황실에서 행한 내각 기획조정실장의 예산관리분석 중간보고는 여러모로 보아 크게 우리의 주목을 끄는 바가 있다 .그 내용을 일언이 폐지한다면, 정부의 각 부처가 세출부문에서 예산의 목적 외 사용과 유용이 많고, 예산의 과다책정과 각 부처간의 예산상 불균형이 허다하며, 예산집행에 큰 차질과 모순을 빚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되어있는 이와 같은 사태는 행정감사기관에 의하여 폭로된 것이 아니라 내각기획조정실이 예산제도 및 시행절차상의 결함을 파악하고 예산의 절약, 능율성 증대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분석검토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내각기획 조정실이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한 세출부문에서의 7개 항에 달하는 문제점과 세입부문에서의 7개항에 달하는 문제점은 현재까지의 우리 나라의 예산관리가 어떠한 상태에 있었던가를 단적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참으로 한심스러운 바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총 25개 항목의 문제점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오직 행정 공무원들의 능력과 성의의 부족만이 문제되어야 할 것과 사실상 위법행위가 되는 두 가지 부류로 이것을 구별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능력과 성의의 부족은 오로지 도의적인 면에서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시정은 비교적 용이하게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위법행위는 이를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이고, 또 그것이 고질화되는 경우에는 전 행정기구를 무법천지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가지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내각기획 조정실이 적발한 이와 같은 허다한 위법행위들이 어찌하여 지금까지 감사원이나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나지 못했느냐 하는 것이다. 관점을 돌려서 본다면 이것은 결국 감사원이나 국회가 감사기능을 적정하게 발휘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자는 이와 같은 사태가 예산회계제도 및 그 시행절차 자체의 결함에 연연하는 것이라는 것을 주장할지 모르나, 실은 행정 공무원들의 법규를 경시하는 방자한 태도가 근본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점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공무원들이 국가의 예산이 국민들의 납세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원리적인 문제에 좀 더 깊은 사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예산의 관리는 국민이 신탁한 신성한 직무라는 것을 확고히 자각해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 공무원들이 좀더 법규에 대하여 엄격한 태도를 견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설사 법규의 준수가 행정의 삽체나 불능률을 가져오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심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산의 관리 집행에는 허다한 법규의 속박이 있다.
이와 같은 법규의 속박은 행정 공무원들에게 불안과 불변을 갖다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법규들은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합리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65년도 예산관리분석 중간보고는 우리에게 참으로 좋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것을 계기로 하여 그릇된 습성을 하루 속히 일소하도록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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