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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성공한 리더 ‘승자의 저주’에 안 걸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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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우리 사회는 성공하도록 가르치는 데 익숙하지만,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가르침은 부족하다. 성공하는 길과 실패하지 않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성공한 리더는 오래 존경받는 경우보다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성공하는 길은 강점이 있어야 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길은 약점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리더가 된 후 약점 때문에 한순간 실패한 리더로 추락할 수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들은 성공한 리더가 존경받지 못하는 3대 이유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실패하는 리더의 대부분은 ‘자만(hubris)’ ‘개인적 욕심(moral hazard)’ ‘정직성·진정성(Integrity) 부족’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올해 새로이 임원이 된 분이나 국가 지도자 모두와 공유했으면 한다.

 우선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 자만하는 순간 망하기 시작한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자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지만 일단 역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자는 자신의 능력이나 과거 성공의 방법을 지나치게 과신하여 우상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고 봤다. 토인비는 이를 휴브리스로 규정했다.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정도의 오만을 뜻한다. 이것이 흔히 성공의 저주로 나타난다. 자만심은 개방하지 못하고 편을 가른다. 나뿐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무수한 역사가 있다.

 둘째, 개인적 욕심이 없어야 한다. 개인적 욕심이 생기는 순간부터 주위에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리더가 선량한 수탁자라는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을 잃으면 결국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다. 철학이 없이 스펙만 좋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이들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보다 ‘부당이득 추구(rent seeker)’ ‘무임승차(free rider)’의 문제를 자주 일으킨다. 갑을 관계와 독과점적 지위 등을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얻고자 한다. 성군의 대명사인 세종대왕은 캐치프레이즈가 ‘신하가 고달파야 백성이 편안하다’였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기가 울고 있으면 주변은 모두 웃고,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편안하게 웃고 있으면 주변은 모두 울고 있다. 리더가 힘들수록 주위는 행복해진다. 리더는 끊임없이 물려받은 유산(legacy)을 잘 관리해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직성·진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핵심요소로 정직성·진정성을 강조했다. 자고로 덕이 있어야 한다. 예부터 최고 인재는 ‘재주’와 ‘덕’을 갖추어야 한다. 재주와 덕이 모두 없으면 우인(愚人)이라 부르고, 재주가 덕보다 앞서면 소인이라 불렀다. 덕이 재주보다 나으면 군자라 했다. 재주와 덕을 모두 갖춘 이는 성인이라 불렀다.

 새해 들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가 많이 등장했다. 아무쪼록 이들이 모두 성공한 지도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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