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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연재 다리 얼마나 찢어지나보니 '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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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손연재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유연한 동작으로 리본 연기를 하고 있다. 타고난 유연성과 근력에다 지독한 훈련이 더해져야 나올 수 있는 동작이다. [중앙포토]

지난 8일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손연재(19·세종고)를 비롯해 김윤희(22·세종대), 천송이(16·오륜중) 등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트레칭에 한창이었는데 양다리가 벌어지는 각도가 200도를 넘어 보였다. 한쪽 다리는 매트에, 다른 쪽은 의자 혹은 그보다 높은 봉에 올린 채 그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취재진은 이 기이한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얼마나 휘어질 수 있을까” 누군가는 농담처럼 궁금증을 털어놨다. 리듬체조 선수들은 연기를 펼치는 1분30초 동안 몸이 엿가락처럼 휘는 동작을 여러 차례 소화한다. 인간 유연성의 한계는 어디일까.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23·세종대)는 “양다리가 270도까지 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한창 훈련할 땐 다리를 반대로 휘어 거의 직각을 만들었다. 270도쯤 휜 거 같다”고 말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백 일루전(Back Illusion·한쪽 다리를 고정하고 다른 한쪽 다리를 머리 쪽으로 들어올려 원을 그리는 기술) 9번을 성공시켜 화제가 된 신수지는 리듬체조 선수 중에서도 유연성이 뛰어났다. 신수지는 “안노 베소노바(우크라이나·은퇴)는 경기 중 점프를 할 때 다리가 270도까지 휘었다”고 증언했다. 실제 지난해 트위터엔 금발의 10대 소녀가 집 안 가구에 다리를 걸치고 230도 이상 찢는 사진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연재가 8일 태릉선수촌에서 양다리를 200도 이상 벌린 채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민규 기자]

 유연성의 한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주호 박사는 “과학적으로 얼마나 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시도는 없다”며 “유연성은 신체의 활동반경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뼈의 구조들이 얼마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잘되는지 등 개인차가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체조에 관한 연구를 전담하는 송 박사는 “기계체조의 경우 다리가 180도 벌어지면 A급 선수다. 180도 이상은 측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연성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인 변수도 그 못지않게 영향을 준다. 리듬체조와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을 담당하는 KISS의 박세정 박사는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 체조와 피겨, 싱크로나이즈드 정도인데, 이 중 가장 유연한 건 리듬체조 선수”라며 “타고난 차이라기보다는 유연성을 요구하는 동작이 많아 훈련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듬체조의 경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 의자를 이용한 다리 늘리기 등 스트레칭에만 1시간 이상 쏟는다.

 여자가 남자보다 유연하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송 박사는 “기계체조의 경우 남자보다 여자 선수들이 (양다리 각도가) 10도에서 20도 이상 더 벌어진다. 타고난 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연하다고 해서 반드시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차상은 리듬체조 국제심판은 “의자를 받친 상태에서 유연성이 좋다고 해서 실제 점프를 하며 다리가 더 벌어지는 건 아니다. 근력이 뒷받침돼야 스스로 유연함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지 역시 “난 힘이 좋아서 다리를 들어올린 채로 더 많이 당길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유연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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