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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얼마 전에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학생 「셀비」양이 월남으로 동년배 학생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나눈 대화가 미지에 실려 화제를 모았다.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전쟁과 더불어 살아왔어요. 마을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보았고, 언젠가는 노파가 우리 어머니에게 쌀을 구걸하는 것을 보았어요. 난 폭탄이 뭣인지도 미처 몰랐지만 그 가련한 노파의 얼굴에서 전쟁을 보았고 아직도 그 얼굴이 잊혀지질 않아요』중부 고원 지대 출신 임학과 학생의 말이다.
전쟁의 와중에서 보아온 정치적 난맥, 종교적 갈등, 그리고 농민들의 빈곤 등으로해서 일반적인 불신이 학생들 마음속에 깊이 깔려있다는 것이 「셀비」양의 대화에도 나타나 있다.전쟁·정치·종교적 파쟁 뿐 만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벌써 수년 동안 벌여온 「데모」도 똑같이 불신하는 여학생도 있다.
이제 몇 달후엔 총선거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설사 비동맹을 지향하는 정권이 선대도 그대로 받아 들이겠다는 「러스크」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는 요듬 월남 학생들의 선거관은 어떤가. 역사 전공인 「콰르·지압·치」군은『선거요? 「디엠」시절의 선거가 어땠는지 아세요. 몇몇 관리들이 짜고 무난히 이길 정도의 표수를 먼저 정했지요.「디엠」에게 백% 주지 않은 것은 조작한 것을 미국인들이 눈치챌까봐 였지요 라고 했다.
그러나 「치」군의 비관론이 전부는 아니다. 「설비」양은 약학 전공인「구엔·도·칸」군의 고무적인 낙관논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그렇지만, 우리는 학생인데다가 이상 주의자이기도해서 월남에서 총선이 성공할수 있고, 또 성공하도록 만들려고 해요. 2월에 「사이공」시 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썩 공정하게 잘됐거든요』
북부 공산치하에서 피난해온 23세의 문학도의 말이 인상적이다.『미군이 물러나면 단1주일안에 공산군이 월남을 삼킬거예요. 나는 공산치하에서 살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싸워서라도 그런 사태를 막겠어요』월남 학생들이 불신과 좌절감과 비관을 청산하고, 다가오는 총선과 민주 월남의 장래에 대한 굳센 낙관을 품도록 성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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