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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매웠다 … 중소형 가치주 펀드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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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12년 국내 펀드시장을 관통한 세 개의 키워드다. 지난해 증시는 불안한 대외변수에 좌우되는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 갔다. 개별기업을 분석해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는 중소형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빛을 발한 이유다. 또 경기하강 우려 속에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형 펀드와 수수료가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본지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지난 1년의 펀드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톱 5’에는 ‘중소형주 펀드 3인방’으로 불리는 KB중소형포커스(1위), 미래에셋성장유망(3위), 삼성중소형FOCUS(5위)가 이름을 올렸다. 가치주 투자를 표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도 4위를 기록했다. 3년 수익률 기준으로 70%를 넘은 펀드도 중소형주 위주의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와 KB밸류포커스 딱 2개였다. 자산운용사별 수익률에서도 한국투자밸류와 트러스톤, 신영운용 등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1∼3위를 휩쓸었다. 원소윤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 약세장 이후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잘 고른 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며 “가치주 펀드들은 운용사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리서치 능력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률에서는 해외가 국내를 압도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8.33%)와 채권형 펀드(4.75%)는 해외 주식형 펀드(14.01%)와 채권형 펀드(13.46%)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초 국내 부동산펀드(-10.69%)에 투자했다면 손해가 컸지만 일본이나 아태 부동산펀드에 돈을 맡겼다며 30%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 소비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리온 등 중국 내수 관련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중국소비펀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2위(24.75%)를 차지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수익이 났지만 돈은 빠져나갔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가슴앓이를 했던 환매 대기자들이 창구로 몰려간 탓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5000억원이 환매됐다.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 2조원, 해외 채권형 펀드에 3조원이 넘는 돈이 유입됐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팔며 수익을 남기는 액티브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6.36%)은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수익률(11.37%)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수수료가 저렴한 ETF가 인기를 끌었다. 지난 한 해 3조원 가까운 돈이 주식형 ETF에 유입됐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2012년은 삼성전자 같은 특정 종목만 오르고 채권형 펀드 같은 특정 분야에만 돈이 몰리는 양극화가 뚜렷했던 해였다” 고 말했다.

가치주 펀드

한 해 거둬들이는 이익이나 순자산 규모 같은 기업의 내재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펀드다. ‘요즘 이런 주식이 잘나가더라’는 추세에 맞춰 주식을 고르는 ‘모멘텀 투자’와 반대다. 가치투자자는 ‘올해 주식시장이 상승할까’와 같은 예측은 하지 않는다. 대신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 중 주가가 낮은 종목을 찾는 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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