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부자들 사치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개 목걸이, 5천4백90만원짜리 초호화판 궁중요리, 13억원짜리 롤스로이스 승용차….

20여년에 걸친 개혁.개방 정책 덕분에 부유해진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일부에서 사치풍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른 호화.사치품들이 중국 사회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부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호화주택 '궁위안(貢院) 6호'. 금 가루를 섞어 만든 샹들리에, 말가죽을 손으로 꿰매 만든 차탁(茶卓) 등으로 장식한 이 고급 아파트는 그야말로 '금은(金銀)을 두른 궁전'이나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의 값은 1백42평형이 28억2천여만원. 중국의 땅값과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중국 경제의 활력을 대표하는 상하이(上海)에서는 최근 1백72억원짜리 고급 별장이 익명의 구매자에게 팔려 나갔다고 해서 화제다.

부유층의 호화.사치 풍조는 주택에 그치지 않는다.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에선 주말이면 검은색 외제 수입차 행렬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른바 '혼례용 차 부대(車隊)'다. 벤츠와 캐딜락.링컨 콘티넨털 등 고급 외제 차량을 앞세우고 짧게는 10여대, 길게는 1백여대 넘는 차들이 줄지어 달리면서 신랑.신부가 탄 웨딩카를 호위하는 것이다. 결혼식 후 가족.친지들이 피로연을 겸해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데 6만위안(약 9백만원)까지 든다.

시안(西安)의 5천4백90만원짜리 궁중요리가 얼마 전 화제였지만, 베이징 등의 일부 음식점에서도 청(淸) 왕실 궁중요리인 만한전석(滿漢全席) 코스요리를 판다.

한 끼에 8천8백88위안(1백33만원)인 상급 코스는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예약이 넘칠 정도로 인기다.

벽돌만큼 큼직한 초기 휴대전화로 중국인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던 것이 불과 10년 전이었다. 이제 중국의 부유층은 연미복을 입고 2천위안(30만원)짜리 입장권을 산 뒤 5성급 호텔의 호화 파티에 참석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타는 장축(長軸)형 롤스로이스(13억원)가 최근 베이징에서 전시됐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10명이 차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예약금을 지불했다.

중국에서 가장 잘 산다는 광둥(廣東)성에서는 요즘 치아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는 이른바 '다이아몬드 미소'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유행을 타고 있다.

중국 내 16개 주요 업종별 최고 급여와 최저 급여의 차이는 무려 4백50배. 농촌과 도시, 동부와 서부 지역의 빈부격차가 극심한 가운데 번지고 있는 호화사치 풍조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