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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과 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패는 생명의 적이다. 부패를 막기 위한 투쟁 그것이 인간생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선 음식물의 부패를 어떻게 막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연구를 거듭해왔다. 고기는 햇볕에 말려 부패를 방지했던 것은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일이고 소금으로 절이는 법, 얼음으로 냉동하는 법, 통조림을 만드는 법…그리고 현재는 방사선을 이용하여 영구히 썩지 않게 하는 음식물을 연구하고 있다.
현대전을 「통조림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포나 비행기보다도 부패하지 않는 음식물(통조림)을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쪽이 승리한다는 게다. 통조림과 「건빵」의 대결에서 패한 것이 바로 2차대전 때의 일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간정신의 부패를 막는 그 「법」만은 그렇게 용이하게 되지 않는다. 부패한 관리를 감옥에 가두는 것은 「통조림」식 방지법이요, 삼엄한 정보망과 감찰로 관기를 얼러 부패를 막는 것은 「냉장고」식 방지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방법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 있어선 실효가 적다. 통조림의 깡통자체가 썩어 구멍이 뚫리고 냉동장치의 얼음이 잘 녹으면 그런 법이 있으나마나한 결과가 되어 버린다.
「루이」16세가 악정을 바로잡기 위해 귀족들의 부패를 막는 여러 가지 법을 공포했지만, 결국 무익한 수포로 돌아갔던 일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패물금지령을 내렸을 때, 왕비가 주최하는 왕궁무도회에서는 신식패물의 「패션·쇼」가 벌어지고 있었던 까닭이다.
요즈음 다시 부패방지의 새로운 입법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지만 「법」이 미비해서 부패의 「박테리아」가 우글거렸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음식물의 부패를 먹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관리는 부패한 것일수록 유혹을 받는다.
여기에 인문부패를 막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새 「법」을 만들 때가 아니라 새 「마음」을 만들 때인 것이다.
현대전만이 아니라 현대정치도 「통조림」의 경쟁인 것이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도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사용할 줄 아는 군대가 승리를 하듯이 부패하지 않는 통조림관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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